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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늘려놓고 지출도 비효율… "사회보험 재정부터 손질을"

[창간기획-리셋 더 넥스트]

<4>비정상의 정상화 - 포퓰리즘 재정중독

나라살림 씀씀이 커져 3년뒤 GDP 대비 국가채무 60%

저성장·코로나에… 정부 '年 4%대 성장률' 달성 쉽잖아

특고 등 '보험료 사각지대' 파악, 국가 재정 낭비 줄여야





문재인 정부의 ‘재정 중독’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위기를 감안하더라도 정부 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그마저도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경고 신호가 곳곳에서 잡힌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개인택시 기사 등에 대한 지원금을 2,000억 원 가까이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는 등 포퓰리즘에 도취된 비정상적인 재정지출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디딤돌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국가 채무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이후 올해 국가 채무는 963조 9,000억 원에서 오는 2024년 1,260조 1,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47.2%에서 54.7%로 상승한다. 2018년 35.9%에 불과했던 국가 채무 비율이 3년 새 10%포인트 이상 올라 6년 만에 60%에 육박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 당시 2024년까지 4%대 성장률을 가정하고 중장기 재정을 전망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4.8%, 2022~2024년 4.0%의 경상 GDP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접어드는 가운데 이 전제가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는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2030년대 실질 GDP 성장률을 2.3%로 예측한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2.5%, 2030년대 2.0%로 낮아진 뒤 2040년대에는 1.7%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기관들의 전망처럼 GDP 증가 속도가 더뎌지면 이를 분모로 하는 국가 채무 비율은 시간에 따라 더 가파르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기업이나 가정이라면 빚 부담이 늘어날 경우 자체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정부는 명확한 지출 정상화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가 재정지출을 정상화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은 올해 -9%까지 확대된 GDP 대비 일반 정부 재정 적자 비율을 내년에 -3%로 감축하고 2025년에는 재정 균형(0%)을 달성하겠다고 올 4월 발표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빚 증가를 일정 수준에서 막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내놓았지만 이 준칙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료는 거의 없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돈 풀기’의 유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연간 59조 원이 소요되는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다. 야권에서 유승민 전 의원은 ‘공정소득’을,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심소득’을 내세우는 등 현금 지급에는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 교수는 “누가 당선되든 정부는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된다”면서 “국민은 어떤 정책을 통해 재정이 어떻게, 왜 쓰여야 하는지를 대선에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급격한 고령화로 재정 적자 폭이 점점 더 커지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작성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복지 분야 의무 지출은 지난해 119조 7,000억 원(본예산 기준)에서 올해 131조 5,000억 원, 2024년에는 160조 6,000억 원으로 연평균 7.6% 증가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전체 의무 지출이 지난해 258조 2,000억 원에서 2070년 761조 9,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기간 총지출에서 의무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6.9%에서 62.6%로 급상승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복지 지출 증가가 불가피하다면 우선은 사회보험 재정부터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직장을 통해 가입하는 건강보험을 비롯해 4대 보험료를 직장 유무와 관계없이 소득에 따라 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자영업자나 특수근로형태종사자(특고), 플랫폼 노동자 등의 소득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들에게 보험료를 제대로 부과할 수 없고 이것이 사회보험의 적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자영업자와 특수 노동자 등 모든 국민의 소득을 거의 매달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국세청의 소득 파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보험료를 통합 고지하되 보험별로 따로 징수하는 체제도 바꿔 국세청이 세금처럼 걷도록 해야 장기적인 재정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성원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4번의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됐으며 이 중 이월·불용 등의 사유로 미집행된 금액이 1조 2,166억 원에 달했다. 다른 곳에 쓰였다면 성장의 마중물이 됐거나 재정 건전화에 사용됐을 돈이 곳간에서 잠든 셈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는 돈을 쓸 만큼 쓰고 인심을 얻은 뒤 정권을 넘기면 그만이지만 남은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라며 “국민, 특히 미래 세대가 똑똑하게 ‘우리에게 부담 주지 말라’고 포퓰리즘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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