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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中 CATL에 1위 내주고…테슬라 등 내재화 속도전

[코너 몰리는 K주력산업] <2> 글로벌 합종연횡에 흔들리는 K배터리

中, 막대한 보조금에 공격적 증설로 시장 점유율 확대

경쟁업체 추격 속 완성차들은 자체 배터리 생산 나서

초격차·가격경쟁력 확보 못하면 '1위 아성' 내줄 수 있어





한국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심상치 않다. 테슬라·폭스바겐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중국의 CATL은 상하이에 연 80GWh 규모의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국 배터리 3사의 최대 고객인 폭스바겐그룹은 중국 궈쉬안하이테크를 새 파트너로 선정했다.

그동안 내수에 집중했던 중국의 배터리가 무서운 속도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며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세계 각국 기업들도 저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해당 시장에서 1위를 지켜온 한국의 아성이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에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양적인 성장을 했다면 현재는 빠른 속도로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며 질적 성장을 함께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中, 내수 벗어나 해외 점유율 확대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에너지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의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총 34.9%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CATL이 29.9%를 차지하며 LG에너지솔루션(24.5%)을 뛰어넘고 개별 기업으로 1위를 기록했다. BYD는 지난해(5.7%)보다 점유율을 늘려 6.9%를 차지했다. 이 밖에 일본의 파나소닉은 지난해 22.5%에서 올해 15.0%로 떨어졌다.

전 세계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도 CATL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미미했던 것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자국 기업이 큰 수혜를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는 CATL의 점유율은 9.9%에 불과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중국 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나가는 점에 주목한다. 2년 전 1%도 채 되지 않았던 CATL의 비중국 시장점유율은 어느새 두 자릿수를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도 중국 업체들의 성장은 그저 지켜보기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CATL은 지난달 자체 개발한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는데, 리튬 기반 배터리와 달리 저렴하고 충전 시간도 짧아진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내수 시장이 거대할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자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하도록 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들어 5월까지 CATL·BYD·궈쉬안 등 중국 기업의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0% 이상 늘었지만 한때 CATL을 제치고 1위에 올랐던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23%대로 떨어졌다. 그 사이 CATL은 31%로 LG에너지솔루션과 격차를 벌렸다.

테슬라·폭스바겐 등 내재화 나서

유럽의 배터리 굴기 역시 의미심장하다. 스웨덴 배터리 제조 업체 노스볼트의 급속한 성장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유럽 내 유일한 2차전지 제조 업체로 유럽연합(EU)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공격적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는 노스볼트는 최근 폭스바겐·골드만삭스 등이 출자한 펀드로부터 27억 5,000만 달러(약 3조 원)를 조달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스웨덴 셸레프테오에 짓고 있는 공장을 증설하는 데 투입할 예정인 가운데 한중일이 선점하고 있는 배터리 시장에 유럽의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쟁 업체들의 거센 추격 속에 완성차 업체들의 잇따른 배터리 독립 선언도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9월 테슬라가 배터리 공장을 내년까지 짓겠다며 ‘내재화’를 선언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폭스바겐이 자체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는 대다수 배터리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사실상 진정한 의미의 내재화는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짙다. 배터리 기업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생산 노하우를 능가할 수준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완성차 업체까지 경쟁에 뛰어들며 배터리 시장은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의 형국으로 치닫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결국 ‘규모의 경제’를 먼저 확보해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시작으로 일본 도요타와 파나소닉의 합작 배터리 회사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솔루션’이 연이어 ‘반값 배터리’를 선언하고 나선 배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5년까지 6조 원을 투자해 현재 123GWh 수준인 생산 물량을 2025년까지 두 배로 늘리고 양극재·분리막 등 배터리 부품도 자체 생산하는 등 원가 절감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원가의 약 50%를 차지하는 양극재 직접 생산을 위해 중국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배하는 반도체 시장과 배터리 시장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업이 결국 승자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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