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이 8일 폐막한 가운데 일본에서 코로나19 폭증세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스가 요시히데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거세지고 있다. 스가 총리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최한 올림픽을 힘겹게 완주했지만 올가을 치러질 중의원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일본 지지통신은 “스가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하에 안전한 올림픽 대회 실현을 목표로 했지만 폭발적인 감염 급증이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에게 위기감을 전하지 못한 채 의료 붕괴 등의 사태를 초래할 경우 정권에 미칠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지난 7월 1일 1,753명에서 이달 7일 1만 5,753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도쿄도에서는 7일 사상 두 번째로 많은 4,566명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도쿄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지통신에 전했다.
도쿄도의 하루 확진자가 1만 명까지 폭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현지 전문가들은 5일 도쿄도의 코로나19 관련 회의에서 “현재 추세라면 18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 909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는 내용의 보고를 했다. 도쿄에서는 긴급사태가 네 번째로 선포되면서 시민들의 피로도가 커진 데다 올림픽을 계기로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 또한 약해졌기 때문이다. 도쿄도가 술집과 음식점에 술 판매 금지,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해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영업을 하는 곳이 많은 상황이다.
올림픽 분위기를 띄워 정권 지지를 확보하려 한 스가 내각은 되레 역풍을 맞을 처지에 놓였다. 자국 선수단이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최다인 금메달 27개를 따내며 3위에 올랐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민심이 반전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지지통신은 “스가 총리는 올림픽을 정권 부양에 연결해 중의원 선거나 자민당 총재 선거를 이기겠다는 계산을 했지만 감염 확대로 결국 빗나갔다”면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다.
일본 정가에서는 스가 총리가 패럴림픽이 끝나는 오는 9월 5일 직후 중의원 해산을 단행하고 총선을 치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9월 30일까지인 자신의 임기 내 중의원을 해산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스가 총리는 총선거에서 실적을 낸 뒤 투표 없이 집권 자민당 총재에 재선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 일각에서는 스가 내각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당내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스가 총리를 간판으로 중의원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유력 시사 주간지 슈칸분슌은 1일 전체 지역구 정세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올가을 총선에서 스가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참패를 겪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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