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세계 각국 간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재 판매 신차의 3% 수준인 전기차 등 무공해 자동차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에 달려 있다”며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천명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인 중국은 이미 지난해 10월 2035년부터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달 2035년부터 EU 내 신규 휘발유·디젤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주요국의 발 빠른 움직임과 달리 우리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까지 무공해차가 전체 차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76~97%로 늘리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인력, 특히 소프트웨어 인력이다. 글로벌 차 기업들은 일찍이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왔지만 우리는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신규 인력 양성은 고사하고 기존 인력의 전환 교육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품 공급망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국내 부품 기업들은 대부분 내연기관차 전용 부품을 공급해왔다. 이들이 전기차 부품 기업으로 변신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과감한 생산 품목 전환과 기술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존의 부품 공급망이 무너지고 전기차 생산 기반도 사라져 낙오자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기차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노력에 더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당장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의 관련 학과 정원을 늘려야 한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확대하고 충전소 설치 등 인프라 확충에 힘써야 한다. 완성차 노조도 강성 투쟁 위주의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쟁사들은 앞다퉈 실시하는 구조 조정을 반대하고 정년 연장이나 요구한다면 미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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