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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9년째 매출 200조에 갇혀…"컨트롤타워 복원해 새 동력 찾아야"

[흔들리는 '관리의 삼성'] <상> 이재용 부회장에 남겨진 숙제

미래전략실 해체 후 '유지'에 방점

그룹 차원 의사결정 빨라지겠지만

계열사 간 시너지·사업재편 더뎌

국내외 기업 M&A로 체질개선 활발

"삼성도 총괄 조직 꾸려 효율 높여야"





오는 13일 가석방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만간 경영 현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부회장이 이끌 삼성 앞에는 적지 않은 과제가 쌓여 있다. 이 부회장 복귀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현안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조 단위 투자 의사 결정을 신속히 하는 효과는 있겠으나 경영 활동에 제한이 있는 데다 이 부회장을 뒷받침할 삼성 전체의 컨트롤타워 역시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컨트롤타워 복원 등을 통해 그룹을 아우르는 시너지와 신사업을 찾고 효율적인 사업 재편을 할 수 있도록 자율 경영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과도기적 상황에 놓여 있는 삼성이 스스로 변화할 기회를 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하라’는 이 부회장 가석방의 취지와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비메모리에서도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장기적 투자, 연구개발 확대에 대한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면서 “자유롭고 전략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금융 등 TF만으로 전략 수립 한계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후 계열사 간 협력이 원활하지 않자 그해 11월 삼성전자에 사업지원TF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와 사업 연관성이 많은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가 참여한다. 삼성은 이후 금융경쟁력제고TF(삼성생명), EPC경쟁력강화TF(삼성물산)를 설립하며 계열사 성격별로 3개의 소그룹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들은 유사 계열사별로 최소한의 업무 조율 체계를 만든 것일 뿐 삼성 전체를 아우르는 어젠다를 발굴하거나 사업 재편 역할까지는 맡지 못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활발한 계열사 매각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체질 자체를 확 바꾸고 시장의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반해 삼성의 현 컨트롤타워는 ‘현상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삼성의 이 같은 상황은 국내 다른 그룹들과 비교해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SK그룹의 경우 각 계열사들이 시너지를 찾는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그룹의 방향성은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이는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구체화되고 각 계열사 이사회가 이를 최종 승인해 실행한다. 오너, 이사회, 전문 경영인들이 각자의 한계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극복하고 대안을 찾는 방식인 셈이다.

물론 오랜 기간에 걸쳐 지배 구조를 개편해온 SK와 삼성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삼성 역시 현재의 컨트롤 타워 체제로는 효율적 경영이나 쇄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론적 시각이다. 특히 이는 ‘삼성 저격수’로도 불렸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거론한 부분이기도 하다.



김상조조차 “삼성, 새로운 그룹 컨트롤타워 필요”

김 전 실장은 앞서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이 부회장은 기존 미래전략실과 다른 새로운 그룹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삼성물산에 쪼개진 소(小)미전실 시스템으로는 삼성그룹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적 근거가 없는 미래전략실 같은 조직을 부활시켜서는 안 되겠으나 계열사별 각자도생 체제로는 삼성의 쇄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 역시 삼성만의 효율적인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으로 거론된다. 전 세계 기업들 사이에서는 ‘탈탄소’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불필요한 사업들은 떼어내고 M&A를 통해 인공지능(AI)·클라우드·웨어러블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컨트롤타워 없인 59개 계열사 시너지 힘들어

여기에 삼성전자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인 인텔은 글로벌 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는 등 덩치를 키우며 삼성 파운드리를 맹추격할 기세다. 반면 삼성전자는 벌써 9년째 매출이 200조 원대에 갇혀 있으며 2016년 미국 하만 인수 이후에는 신사업을 모색하기 위한 M&A 실적도 전무하다. 전자·금융·물산 등에서 성격이 다른 59개 계열사(국내)들이 서로 간의 시너지를 찾기 어려운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삼성의 경우 이 부회장이 과거 청문회 때 미전실을 해체하고 이 같은 조직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다시 만들기가 애매한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삼성처럼 계열사가 매우 많은 그룹에서 총괄하는 조직이 없다면 계열사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어렵고 경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어 컨트롤타워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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