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취재를 위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수원을 지나자마자 도로 양편으로 아파트의 바다가 펼쳐진다. 몇 해 전 분양으로 나라가 들썩였던 동탄지구다. 재미있는 것은 수원시 안쪽으로 치고 들어온 동탄의 행정구역이 화성시에 속한다는 것이다. 지도를 펴 보니 화성시 대부분이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고, 동쪽 끝이 수원 쪽을 침범하고 있는 모양새다. 화성시의 넓이는 서울의 1.4배나 되니 결코 작은 지자체는 아닌 셈이다. 이번 주는 넓은 만큼, 도시인 만큼 볼거리도 많은 화성시로 여정을 잡았다.
화성에 진입한 때는 한낮이었는데 해가 높이 떠 내리꽂히는 햇살이 뜨거웠다. 저녁에 바다로 떨어지는 일몰을 볼 일정을 감안해 고정리 공룡알화석산지(천연기념물 414호)에 먼저 들렀다. 원래 이곳은 시화호가 생기기 전까지 바다였다. 송산면 천등산까지만 육지였고 우음도와 닭섬은 바다를 건너야 갈 수 있는 섬이었다.
물막이 공사가 끝난 후 시화호가 조성되면서 공룡알화석산지 일대는 육지가 돼버렸다. 이 일대는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공룡들의 집단 서식지로 추정되는데 지금까지 9곳에서 30여 개의 알둥지와 200여 개의 공룡 알 화석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갯벌 속에 묻혀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이 일대가 세계 최대의 공룡 알 화석 산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룡 알 화석은 ‘누드바위’라고 불리는 곳에 반쯤 묻혀 있는데, 이를 보려면 방문자센터에서 편도 20여 분, 왕복 50분은 걸어야 한다. 공룡 알 화석은 난간 밖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주변의 돌과 구분이 어려워 주의를 기울여 봐야 한다.
화성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라면 포도를 빼놓을 수 없다. 도심이 발달한 동쪽을 지나 서쪽으로 갈수록 길 옆으로 포도밭이 이어진다. 이날 화성시를 안내해준 정태교 씨를 따라 기자가 들어가본 곳은 ‘찬이네농장’이다. 농장으로 들어섰는데 공교롭게도 주인이 없었다. 간판에는 포도와 블루베리·아로니아를 재배한다고 적혀 있었다. 블루베리와 아로니아는 철이 지났고, 이제 포도 수확이 시작될 시기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샤인머스캣·캠벨·머루포도까지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는데 아직은 덜 익은 탓에 열매가 모두 초록색이라 도무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주인 없는 농장에 오래 머물 수도 없어 차를 몰아 낙조가 일품이라는 살곶이로 향했다.
살곶이 위치는 제부도로 들어가는 노두(섬과 육지를 잇는 도로) 남쪽 근방인데 예쁘게 단장한 집들과 작은 포구, 밭들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포털을 검색해보니 살곶이는 “마을 앞바다에 살(箭)을 많이 단 그물을 드리워 고기를 잡던 곳으로 바다 쪽에 돌출한 지형을 의미하는 ‘곶’이라는 음절을 붙여 지명화했다”고 설명이 돼 있다. 해 질 시간이 아직 멀어 햇살도 피할 겸 근처 커피숍에 들렀다. 이곳 토박이라는 카페 주인은 “사람들은 이곳을 살곶이라고 부르지만 원래는 이 일대가 사람들이 살 만한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 ‘살곳’이라고 불렸다”고 했다.
찻집 주인으로부터 마을에 얽힌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가 일몰 시간에 맞춰 궁평항으로 향했다. 궁평항은 2008년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곳으로 수산 시장과 어항, 낚시를 할 수 있는 부두가 있어 평소에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는 곳이지만 이날은 평일인 탓에 한적했다.
근처에는 소나무로 유명한 궁평리해수욕장도 있는데 백사장은 길이 2㎞, 너비 50m로 수도권 피서객의 발길이 몰리는 곳이다. 궁평리해수욕장이 유명해진 것은 백사장을 둘러싼 100년 이상 된 아름드리 해송 숲 때문이다.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가 솔숲 사이로 비치는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글·사진(화성)=우현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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