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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대통령은 왜 '미친 집값'에 3달 넘게 한마디도 않나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아파트값 폭등세…4년전 매매가로 전세도 못 구해

文대통령은 5월 기자회견 이후 부동산 일절 안 꺼내

'민생' 강조하며 달걀값도 거론했지만 집값엔 '침묵'

공급대책 더 이상 없고 임기 말 새 규제 카드 힘들어

섣부른 개입은 대선 악재...'반보수' 결집도 靑에 '힘'

시장의 정부 불신은 '회복불능'...상황인식은 알려야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한 지난 3월29일 청와대에서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부동산 부패청산’이라고 인쇄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올 여름 들어 전국의 집값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보다 더 오를 수는 없다’ ‘올해가 ‘꼭지’이겠지’라던 대다수 국민들의 기대는 현 정부 이후 5년 내내 무참히 격파되고 있다. 집값이 급등하니 전·월세도 덩달아 동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 집값 안정 자신감→6월 재산세 부과 과세기준일 이후 여름 폭등→늦여름께 국토교통부·더불어민주당 등 부랴부랴 반시장 규제→가을 더 폭등→연말 기획재정부 대출 규제→이듬해 봄 눈치보기 소강 상태(하락 아닌 횡보)→정부 집값 안정 자신감→6월 이후 여름 폭등’ 등 사계절 공식이 5년째 쳇바퀴 돌 듯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와 거리를 두고 방역과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이 유독 부동산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5월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기자회견 이후 3개월 이상 단 한 번도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공식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임기 말을 맞은 상황에서 정부가 더 이상 쓸 수 있는 규제나 공급 카드가 없는 탓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자칫 전면에 나섰다가는 차기 대선 정국에서 부동산 이슈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 4·7 재보궐선거 패배 충격이 있었던 3개월 전과 달리, 대선을 앞둔 지금은 진보진영 지지층들이 결집 중이란 점이 가장 큰 차이로 꼽힌다. 아직은 집값 문제가 대통령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권 교체론에 힘을 실어줄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집값 13년만에 최대 상승…4년전 매매가로 전세도 못 구해

정부의 주택가격 공식 집계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현재 전국 주택가격은 지난해 말, 1년 전보다 각각 5.98%, 8.81% 올랐다. 2008년 같은 기간에 각각 6.18%와 8.59% 치솟은 이후 13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61%, 3.29%에 달했던 상승폭을 2배 이상 웃돈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수도권 전체 주택 가격이 이 기간 각각 7.63%와 10.24% 올랐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같은 기간 11.12%, 14.73% 상승했다.

지난해 집값이 유독 안정세였던 것도 아니다. 지난해에도 국민들은 분명 ‘미친 집값’이라고 답답해 했었다. 2017년에도, 2018년에도, 2019년에도, 2020년에도 집값은 상식을 벗어나 상승했는데 올해는 그 수준을 더 뛰어넘었을 뿐이다. 5년 전까지 직장인들의 꿈이 었던 ‘10억원 모으기’에 성공해도 이제는 서울커녕 경기도에서도 집 한 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그 사이 재산세·취득세·양도세·중개수수료 등 각종 세금과 비용만 집값에 연동돼 치솟았다.

더 큰 문제는 집값 상승세가 점점 더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7월 전국 주택가격은 0.85% 올라 10년 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해 12월(0.90%)과 올해 2월(0.89%) 수준에 육박했다. 서울은 0.60% 올라 지난해 7월(0.71%) 이후 1년 만에 상승 속도가 가장 빨랐다.

서울의 높은 집값 때문에 대체재로 떠오른 경기도 집값의 상승세는 더 무서운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주택가격은 7월에만 1.52% 뛰어 지난 2008년 4월(1.59%)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인천 역시 6월(1.46%)에 이어 7월(1.33%)에도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집값 오름폭 확대는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0.40% 상승해 전주(0.39%)보다 오름폭을 더 키웠다. 서울 아파트 가격 또한 전주 0.20%에서 0.21%로 더 많이 올랐다. 경기도 아파트 가격은 0.50% 오르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천도 0.50% 상승을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0.30% 상승률을 지켰다. ‘부동산 공포’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장에 뛰어든 효과다. 이 과정에서 한국부동산원이 표본을 재설계하자마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뛴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그간 통계를 잘못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전·월세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7월 전국 전세가 상승률은 0.59%로 6월(0.45%)보다 높아졌다. 서울(0.36%→0.49%)은 방학 이사수요와 정비사업 이주수요 등으로 매물부족 현상이 지속됐다. 경기도에서도 오름폭(0.57%→0.95%)이 훨씬 커졌다. 7월 전국 월세 가격(0.19%)도 전월(0.14%)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KB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올 7월 서울의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6억2,440만원을 기록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6억635만원) 보다 높았다. 4년 전 서울 집을 살 수 있던 돈으로 이제 전세도 못 구하게 된 것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취임 100일 맞아 국토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집값 안정과 주거복지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고 국민께 송구스럽다”면서도 “그러나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묵묵히 역량을 다하다 보면 머지않아 국민의 시름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별다른 묘수가 없다는 메시지였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文대통령은 5월 기자회견 이후 3개월 넘게 부동산 ‘침묵’

부동산 문제가 국민들이 가장 아우성 치는 사안으로 떠올랐음에도 문 대통령은 벌써 3개월 이상 공식석상에서 이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기자회견에서 “주거 안정은 민생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게 마지막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간의 주택공급에 더해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부동산 부패는 반드시 청산하겠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례적으로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 이후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문 대통령 발언 이후부터 부동산 시장이 급등세로 전환하고 민심은 더 악화됐음에도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후 한미정상회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코로나19 방역·백신, 북한과의 평화프로세스, 도쿄올림픽 선수들 격려,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등에 메시지를 집중했다. 심지어 국민들의 큰 관심사가 아닌 문재인케어, 국민청원 4주년 성과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집값 언급은 자제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발언할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5월26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주택 문제도 지옥이고 세금 폭탄도 너무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후 같은 날 한 세미나에서 “대통령이 그(부동산) 부분에 대해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전했다. 6월3일에는 민주당 초선 모임인 ‘더민초’ 소속 의원 68명이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났으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쇄신 등 일부 내용 외에 구체적인 부동산 정책은 논의하지 않았다.



최근 각종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민생’을 거론한 것도 수 차례다. 지난달 29일 민생경제장관회의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달걀값 안정’까지 지시했으나 집값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달 5일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를 내정하며 “가계부채 관리 등 금융 현안에 차질 없이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이 기대가 부동산과 관련 있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그나마 근접한 경우는 지난달 26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철저한 방역, 신속한 추경 집행, 고용회복과 격차 해소, 산업안전과 재해 예방, 물가대책 등에 심혈을 기울이라고 주문하면서 ‘주거 안정’ 네 글자도 거론했다.

5월10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임기 말 공급대책·규제 모두 힘들어…섣부른 개입은 대선에도 악재

방역과 ‘민생’에 집중하기 위해 여름휴가도 연기했다는 문 대통령이 유독 부동산 문제에만 침묵하는 데 대해서는 여러 국민들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 말 그대로 “주거 안정은 민생의 핵심”이기에 그렇다. 노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집값과 전·월세 폭등 국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 대통령의 침묵과 관련해서는 여러 추정이 나온다. 우선 2·4 대책 이상의 정부 주도 공급 대책이 없기 때문에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일단 기다리는 전략을 취하는 것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출 조이기’ 등으로 부동산 상황이 어느 순간 안정되면 문 대통령이 다시 자신감을 일부 회복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현 정부가 그간 부동산 시장의 상위권 구매 대기자들이 가장 원하는 입지에, 원하는 주거 형태를 ‘공급 대책’으로 꺼내 왔는가는 이와 별개로 따져 볼 문제다.

정권 말이라서 규제 카드를 더 꺼낼 수 없는 상황인 점도 침묵의 이유로 꼽힌다. 현 정부는 그간 부동산 시장이 널뛰기를 할 때마다 늦여름이나 가을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책’이라며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주로 제안한 규제 카드를 꺼내 왔다. 다주택자는 물론 각종 건설사, 건설사에 결탁했다는 언론사, 부동산중개업자, 기획부동산, 박근혜 정부가 푼 유동성,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이 푼 유동성, 금리를 안 올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주택임대사업자, 호가를 올려 부르는 일반 집주인 등 집값 상승 주범만 계속 달라졌을 뿐이다. 현 정부와 민주당 핵심 지지층 논리에 따르면 이들은 한 패나 다름 없는 데다 무능하기까지 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더 활개를 치면서 집값을 올리고 시세차익을 극대화했어야 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무슨 이유인지 상대적으로 유능하다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유독 쉬지 않고 악행을 저지르며 규제 카드를 다 소진하게 만들었다.

차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부동산 악재가 또 수면 위로 오를 경우 정권 재창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점도 침묵의 이유로 지목된다.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모르거나, 3개월 전 낸 반성 입장을 임기 말까지 양해를 구한 것으로 스스로 이해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대통령 차원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기 어려운 악재라 실무 부처 차원에서만 대응하도록 역할을 나눴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에 붙은 아파트 시세표. /연합뉴스


반보수 지지층 결집도 대통령에 ‘힘’…그래도 상황 인식은 알려 줘야

전통적 여권 지지자들이 부동산 문제에 비교적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점을 침묵의 최대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온·오프라인에서 확인되는 확고한 반보수 성향 유권자 가운데는 부동산 시장 악화를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연계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집값 폭등을 개개인의 현실 당면 문제가 아니라 보수 정당에 정권을 빼앗길 빌미로 먼저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부동산 문제에 고개를 숙인 것도 4·7 재보선 패배 영향이 가장 컸다. 지금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이 크게 이탈하지 않고 있다. 차기 대권 구도에서 민주당이 뚜렷하게 불리한 상황도 아니다. 현 부동산 상황은 여권 지지율에 변수도 아니고 문 대통령에게 위협도 아니란 얘기다.

다만 시장을 움직이는 건 규제·유동성·금리 문제 이전에 참여자들의 ‘심리’라는 점은 직시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이른바 진보진영 ‘콘크리트’ 지지자들의 영원한 ‘주적’인 ‘투기꾼’ ‘부동산 적폐’와 싸우다 진 게 아니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욕망과 시장 자유의 순기능을 극단적으로 오판한 소수의 정치권 인사들이 이를 공공의 이름으로 영웅적으로 재편하려다가 탈이 난 구조에 더 가깝다. 상당수 정책은 진영주의 지지자들의 주류 경제에서 벗어난 이념적 아이디어가 근간이 되기도 했다. 이제는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져 정부·여당이 어떤 신호를 보내도 시장 심리가 쉽게 되돌아 올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를 바로 보지 않으면 현 정부는 물론 차기 정부에서도 ‘부동산은 누가 해도 안 된다’ ‘대한민국에 돈 많은 사람 많다’ 같은 변명 밖에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가 순항할 때나 코로나19로 위축될 때나 만능으로 쓸 수 있는 ‘집값 상승은 세계적 현상’이라는 진단은 덤이다.

국가 지도자가 현 시장 상황을 어떻게 인식·공감하는지, 정책 기조를 전향적으로 전환할 의지가 있는지 등은 국민들도 궁금할 수 있다. 지도자의 생각이 그대로면 장관이나 참모를 아무리 바꿔도 결과는 똑같다. 아니, 지지층의 생각이 그대로이고 이들의 의견만 반영하는 시스템이라면 지도자조차 아무리 바꿔도 결과는 똑같다. 문 대통령의 입에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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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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