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둘러싼 재판이 24일 시작되면서 감춰진 진실이 밝혀질지 관심이다.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원전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부적절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백 전 장관 측은 “적법한 의결을 거쳤다”고 맞서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이날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에 대한 첫 공판 준비 기일을 열었다. 공판 준비 절차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백 전 장관 등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은) 청와대·산업부·한수원 고위 관계자의 조직적 범죄 의사에 의한 것”이라며 “지시와 보고 등이 모두 보고서 등으로 이뤄져 있으나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특히 백 전 장관을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지난 18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낸 결론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이상현 전 대전지검 형사5부장(현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은 “백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면 배임 교사 혐의도 인정된다는 입장은 (수사심의위) 결정 전이나 후에도 같은 의견”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소장 변경 여부는 검찰 내부에서 상의해 의사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재판에서 공소사실 취지·쟁점 등 설명은 “아직 검토·의견 정리가 이뤄지지 않아 재판부에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피고 측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다.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됐다. 정 사장의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다. 이들 혐의를 둘러싸고 양측이 공판 준비 기일부터 첨예한 신경전을 벌인 셈이다.
앞으로 재판에서 검찰과 백 전 장관 등 피고인 측이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일 수 있는 부분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평가가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작됐는지다. 검찰은 월성 원전 1호기 즉시 가동 중단에 따른 정부의 한수원에 대한 손해보전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백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정 사장이 원전 경제성 평가 자료를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전기 판매 단가를 과도하게 낮추는가 하면 원전 경제성 평가의 핵심 변수인 이용률을 의도적으로 축소 전망했다는 의혹이다.
조작된 평가 결과로 한수원 이사회가 원전의 가동 중단을 의결하면서 한수원에 1,481억 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검찰 측 판단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백 전 장관이 이관섭 당시 한수원 사장 등 탈원전에 반대하는 관계자들에 대한 퇴출 검토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5만 장에 달하는 증거 기록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반면 백 전 장관 측은 조작이 아닌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본인에 대한 기소를 ‘정치적인 의도’로 평가했다. 사건 발생 전 한수원의 평가에서도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한수원 이사회는 ‘안전성·경제성 및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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