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가운데 백신을 맞지 않은 한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걸려 태아와 함께 숨졌다.
24일(현지시간)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헤일리 리처드슨은 임신 7개월째에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태아와 함께 눈을 감았다.
태아 걱정에 백신을 맞지 않았던 리처드슨은 지난달 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기저 질환자가 아니었지만 코로나19 감염 이후 증상이 급속도로 나빠져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3주 만에 사망했다.
남편 조던 리처드슨은 "아내가 둘째 아이 임신 계획을 세운 뒤 백신을 맞지 않았다"며 "아내는 백신 접종이 태아에게 미칠 부작용을 걱정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며 임신부들의 백신 접종을 당부했다.
리처드슨 가족의 안타까운 사례처럼 최근 미국에선 백신을 맞지 않은 임신부가 코로나로 숨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텍사스주에선 코로나에 걸린 30대 임신부 페이지 루이스가 아이를 출산한 뒤 숨졌다. 루이스는 출산을 1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지난달 24일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제왕절개를 통해 딸을 출산했으나 본인은 코로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루이스도 아이 걱정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은 임신부였다. 루이스 가족은 "그의 마지막 소원은 모든 사람이 더 많은 비극을 막기 위해 백신을 맞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 플로리다주에선 임신부 그레이지 밀러와 크리스틴 맥멀런이 백신 미접종 상태에서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아이를 낳은 뒤 사망했다. 루이지애나주에서도 백신 미접종자인 라크레사나 윌리엄스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응급 수술을 통해 아이를 출산한 뒤 숨졌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을 맞지 않은 임신부의 코로나 감염 사례가 늘어나면서 지난 11일 임신부의 백신 접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CDC는 임신 20주 전에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여성의 유산율은 정상 범위이고 백신을 맞았다고 유산 위험성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CDC 집계 기준 백신을 맞은 미국 임신부는 전체의 23.8%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임신 중 코로나에 감염되면 조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태아가 위험해지고 임신부의 사망 확률도 올라간다고 진단했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사브라 클라인 여성보건센터 소장은 임신부들은 "백신보다 코로나 변이를 더 두려워해야 한다"며 백신 접종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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