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지난 28일 서울 강명중학교 도서관에는 2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들었다. 소설가로부터 글 쓰는 방법을 배우는 특별한 강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고덕평생학습관이 지역 청소년의 인문학 사고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 김나정씨가 강의를 맡았다. 학교 수업시간에는 들을 수 없는 강의였기 때문에 학생들은 두 시간 동안 진행된 강의 시간 내내 진지한 자세로 강사의 말에 집중했다.
김 작가는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 글로 남기면 책 속의 정보를 기억에 오래 저장할 수 있다”며 독서 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책을 읽고 쓰는 글 가운데 독후감은 책의 내용에 대한 나의 느낌과 소감을 전달하는 글이고 서평은 다른 사람에게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하는 목적으로 쓰는 글”이라며 “독후감과 달리 서평은 다른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게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습관을 가지면 좋은 점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사고력이 향상된다. 읽은 책을 논리적인 글로 표현하는 연습은 비판적인 사고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글쓰기 실력이 좋아진다.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의 내용을 간추리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작가들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이나 표현력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된다. 책을 읽고 느낀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서평을 쓰는 단계별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책을 읽기 전에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 제목, 띠지, 저자 소개, 목차, 서문 등 을 살필 것”을 당부했다. 그 이유에 대해 “책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의 핵심과 윤곽, 글을 쓴 목적 등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어 서평을 쓸 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의 본문을 읽을 때는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고 관련 키워드를 적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책에 밑줄을 그으면 서평을 쓸 때 필요한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수 년 후 같은 책을 다시 읽을 때 이전의 나의 생각과 감정을 돌아볼 수 있는 일기장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평에 제목과 부제목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본문에는 어떤 내용을 반드시 넣어야 하는지, 인용구는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 등의 설명도 덧붙였다.
이날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책을 둘러보며 서평을 쓰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고르는 시간도 가졌다. 학생들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로이스 로우리의 ‘기억 전달자’,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닐 게이먼의 ‘코랄린’ 등의 책을 골랐다. “영화를 재밌게 봐서 책으로도 읽어보고 싶다”,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이 책을 골랐다”, “예전에 인상 깊게 봐서 이 기회에 다시 읽고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 등 학생들이 책을 고른 이유도 다양했다. 김 작가는 다음 달에 해당 학생들을 한차례 더 만나 학생들이 각자 선택한 책을 읽고 쓴 서평을 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고뎍평생학습관이 마련한 김 작가의 ‘서평쓰기 교실’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강의에 참여한 강명중 2학년 임재민 군은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서평을 쓰는 체계적인 방법을 알게 돼 유익했다”고 말했다. 3학년 채지수 양은 “평소 글을 쓸 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제목, 부제목 등의 중요성과 글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게 돼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미영 강명중 사서 교사는 “글쓰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학생들이 체계적인 글쓰기 방법을 배우게 된 유익한 강의였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