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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만파식적] 구르카




2018년 6월 10일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세기의 담판’으로 불린 이 회담에 집중된 가운데 네팔 구르카 용병이 철통 경호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며 눈길을 끌었다.

구르카족은 원래 몽골계였다. 18세기 네팔 중심부를 점령한 몽골족이 인도·아리안 계통과 섞이면서 구르카족이 형성됐다. 구르카가 외부에 처음 알려진 것은 1814년 영국군이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네팔 왕국을 침입했을 때다. 당시 신식 무기로 무장한 영국군은 구부러진 단검 ‘쿠크리’ 한 자루로 맞선 구르카족과의 전투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서둘러 평화조약을 맺었다. 이후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통해 높은 급여를 주고 구르카족을 용병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부족이었던 구르카에게는 생계를 위한 취직이었던 셈이다. 험준한 산악 지대에서 태어나고 자란 구르카 용병은 심폐 기능이 뛰어난 것은 물론 강인한 정신력도 천부적으로 타고난 전사들이다.



구르카 용병은 제1·2차 세계대전과 포클랜드전·걸프전 등에 참전해 용맹을 떨쳤다. 우리나라와는 6·25전쟁 당시 인연을 맺었다. 1951년 2월 유엔군 5,000여 명이 중공군 3개 사단 9만여 명을 막아 전세를 역전시킨 ‘지평리 전투’에서 구르카 용병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현재 영국군에 소속된 구르카 용병은 3,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네팔 국적으로 조건 없이 영국 영주권을 취득할 수도 있다. 구르카 용병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인도로 약 4만 2,000명 규모다. 싱가포르에선 1,800여명이 경찰 소속으로 치안 업무에 종사한다.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영국으로 피신한 아프간 특수부대원 수백 명을 영국군에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국 의회의 승인이 나면 구르카 부대의 뒤를 이어 아프간인으로 구성된 ‘제2의 외인부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태어나고 자란 조국이 아닌, 자신을 고용한 나라를 지켜야 하는 운명이라는 점에서 비운의 부대이기도 하다. 목숨을 걸고 지킬 나라가 존재해야 군대도 있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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