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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사회
비트코인, 엘살바도르 '진짜 돈'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으로 물건 구매·세금 납부 가능

엘살바도르 대통령 "비트코인 400개 보유"

국민 70%는 "달러 선호"…국제기구도 우려

지난 5일(현지 시간)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한 남성이 ‘노 비트코인’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인정을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엘살바도르가 7일(현지 시간)부터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다. 비트코인을 기존 공용 통화인 미국 달러처럼 ‘진짜 돈’으로 승인한다는 의미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비트코인을 달러로 입출금할 수 있는 ATM을 설치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채택을 반대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엘살바도르에 더 큰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에 ‘잘’ 정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비트코인 역사상 가장 큰 테스트”

지난 6월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엘살바도르는 7일부터 비트코인을 달러와 같은 ‘진짜 돈’으로 간주한다. 물건을 거래할 때, 세금을 낼 때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다. 또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기 때문에, 자산 가격 상승분에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도 적용되지 않는다.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이 12년 역사상 가장 큰 시험을 마주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6일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정부는 비트코인 200개를 추가로 구매했다”며 “이제 우리는 비트코인 400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코인데스크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약 5만 2,000달러 선에서 형성된 것을 고려하면 엘살바도르 정부가 약 241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또 ‘#비트코인의 날(BitcoinDay)’이라는 해시태그가 담긴 게시물을 연달아 올리며 엘살바도르에 있어 역사적인 날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관리하는 비트코인을 달러로 입출금할 수 있는 ATM./AP연합뉴스


비트코인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물질적 지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31일 엘살바도르 의회는 비트코인을 미국 달러로 쉽게 환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1억 5,000만 달러(약 1,738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엘살바도르 전역에 비트코인을 달러로 입출금할 수 있는 ATM 200개와 유인 지점 50곳을 설치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는 전자지갑 앱 ‘치보(Chivo)’를 만들었고, 이를 설치하는 전 국민에게 1인당 30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지급한다. 비트코인 사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엘살바도르 “미국 달러 의존 줄일 것”



엘살바도르가 이런 ‘경제 실험’에 나선 것은 인플레이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경제위기 때마다 미국이 달러를 대거 풀면서 엘살바도르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려왔다. 부켈레 대통령은 “미국이 엘살바도르의 경제 안정을 해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경제 실패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있다. 돈 낭비를 줄이겠다는 이유도 있다. 엘살바도르는 해외에서 일하는 자국민들이 보내는 대외 송금이 전체 GDP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송금을 위해서는 글로벌 송금 업체인 웨스턴유니언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약 10%를 수수료로 지불한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며 이런 수수료를 연간 4억 달러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현지 시간)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의 한 벽에 ‘노 비트코인’이라고 적혀있다./AP연합뉴스


국민 70% “비트코인보다 달러 거래 선호”

국민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 엘살바도르의 한 대학이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또 70% 이상이 비트코인 대신 달러 사용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 시내의 가게와 식당·카페 등 20곳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한 결과 7일부터 비트코인을 받겠다는 곳은 3곳뿐이었으며, 나머지는 비트코인 결제 준비조차 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은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큰 점을 특히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 역시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면 가뜩이나 빈곤한 엘살바도르 국민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등 경제 안정성을 해치고, 비트코인이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되는 것도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세계은행(WB)은 “(비트코인에) 환경 문제와 투명성 관련 결함이 있다”며 엘살바도르 정부가 요청한 비트코인 법정 통화 관련 기술적 도움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승인은 “많은 거시경제·금융·법적 이슈가 발생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암호자산은 중대한 리스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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