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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Insight] 한국 오는 中 왕이…한미일 동맹 '약한고리' 파고든다

남중국해 지지 등 끌어내려 할듯

韓 '전략적 모호성' 회귀땐 손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을 앞두고 우리 외교가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 감지된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시기에 중국이 우리 정부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신장위구르 인권, 남중국해의 영해권 등 중국의 입장을 옹호하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는 상당 부분 훼손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다시 ‘전략적 모호성’의 틀에 갇혀버리고 미국 주도의 신(新)안보 체제에서 주변국으로 밀려날 위험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왕 부장의 방한이 중국 입장에서는 최적의 시기라고 평가한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하면서 앞으로 대외 전략을 중국 견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왕 부장의 이번 순방 코스만 봐도 이 점은 뚜렷하다. 왕 부장은 베트남·캄보디아·싱가포르를 거쳐 한국을 찾는다. 과거 공산주의 동맹들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진 뒤 한미일 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략하는 수순이다.

중국은 장관급 회담에서 두 가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첫 번째다. 서구 국가 위주로 ‘보이콧’ 움직임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지지와 적극적 협력을 끌어내면 국제 여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안보 가치에 대한 존중과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내 관료들이 한국·일본 등 각국을 돌면서 남중국해·대만해협의 항행 자유 등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거세게 비판해 왔다. 중국은 우리 정부의 지지를 어떤 식으로든 끌어내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좀 더 노골적으로 접근한다면 영미권 국가의 안보협의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가입하지 않을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도 물론 중국에 상응하는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와 협조다. 한미일 북핵 수석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와 별개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연일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한미일 간에 합의한 틀 안에서 중국의 동의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 가지는 한중 정상회담이다. 우리 정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꾸준히 요청해 왔는데 시 주석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이유로 답을 미뤄왔다. 현재 분위기상 한중 정상회담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에 맞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중국을 찾은 뒤 만나는 방식이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과 논의만 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양국의 의제가 교환되면 우리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중국의 안보 가치에 대해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설사 이번에 명시하지 않더라도 차후 미국 등 동맹국과 회담에서 일종의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안보 가치에 어긋나는 문구를 쓰지 않거나 공동선언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의 입장을 위배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두루뭉술한 합의안을 작성하는 것이 최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양국이 중국의 안보 이익에 대해 명확하게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대외 발표문만큼은 모호한 표현이 가득한 문장으로 채울 수도 있다. 정부는 미중 간 균형을 절묘하게 맞췄다고 자평하겠지만, 결국은 나중에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5월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떠올려야 한다. ‘쿼드’를 둘러싼 논쟁을 불식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성과물을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담 직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반등했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회귀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많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신기술, 배터리 시장 개편을 떠올린다면 이에 물음표를 달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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