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민 메신저 격인 텐센트 위챗(WeChat, 중국내에서는 微信·웨이신)의 중국판과 글로벌판 분리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경우 글로벌판 위챗을 사용하는 사람은 중국내 웨이신과 연결이 차단되는 등 불편이 커질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웨이신 검열을 강화하면서 검열이 안되는 위챗을 떼어놓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8일 현지 소식통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외 국가 전화번호를 이용해 만든 웨이신 계정을 사용하고 있는 이용자들은 최근 텐센트로부터 중국 전화번호를 사용해 재등록하거나 아니면 웨이신의 해외판인 ‘위챗’으로 계정을 아예 전환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중국 지역 서비스인 웨이신과 중국을 제외한 지역 이용자가 사용하는 위챗은 기능에서 다소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사실상 같은 서비스로 인식돼 왔다. 웨이신 이용자와 위챗 이용자들이 서로 자유롭게 문자, 사진, 영상 등을 주고받고 돈을 보내는 것도 가능했다.
SCMP는 “텐센트의 이번 조치는 일단 자국 내 서비스인 웨이신과 해외 서비스인 위챗 사용자 간의 데이터를 완전히 분리해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콘텐츠와 데이터 검열에 점차 엄격해지는 가운데 텐센트의 사업도 까다로워지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만약 이용자가 기존의 웨이신 계정을 아예 새로운 위챗 계정으로 바꿀 경우 건강코드는 물론, 스핀하오 등 일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특히 건강코드는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방역 상황에서 생활에 필수적인 아이템이다. 즉 중국 내에 거주하는 이용자는 불가피하게 웨이신으로 재등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해외 거주자는 해외판 위챗으로, 중국내 이용자는 중국판 웨이신으로 완전히 구분한다는 것이 이번 조치의 목표인 셈이다. 즉 적어도 중국 내 거주자는 중국판 웨이신 만을 사용하라는 의미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모든 소셜미디어에 대한 엄격한 검열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웨이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국내 사용자가 해외 전화번호로 만든 웨이신과 아예 글로벌판 위챗은 이런 검열에서 벗어나 있어 중국 당국의 경계심을 키워왔다.
향후 중국판 웨이신과 글로벌판 위챗의 연결이 아예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의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외 전화번호로 만든 위챗은 검열이 힘들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이를 중국 내의 통신망과 연결하는 것을 점점 꺼려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웨이신(위챗) 사용자는 12억명으로 추산되고 대부분이 중국에 있다. 미국이나 한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위챗을 사용해 중국 내와 소통왔는데 만약 상호 간에 연결이 끊어질 경우 이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텐센트의 이번 조치는 중국이 데이터보안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도입하면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데이터 수집과 이용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중국 정부가 데이터 통제를 강화한 데이터보안법은 9월 1일부터 시행됐고 개인정보보호법은 오는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텐센트 측은 “웨이신과 위챗 이용자의 데이터는 현재도 분리해 관리되고 있다”며 “공식 위챗 사이트에도 위챗과 웨이신 이용자 간의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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