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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中 따돌려야 생존…OLED 등 초격차 고삐 죄야”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

中에 추월 당한 분야 적지않아

기업, 신산업 적극 키우기 위해

사내벤처 만들어 분사 시켜야

정부, 창업 생태계 업그레이드를





“중국과 다시 한번 초격차에 나서기 위해 산업기술 등 과학기술을 국정의 중심에 둬야 합니다. 과학기술 없이는 경제성장이 어렵습니다. 기업은 신산업을 키우기 위해 사내 벤처를 많이 만들어 분사(스핀오프)시키고 정부는 유기적인 산학연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과학기술·공학기술계에서 최고의 영예인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는 권오경(66·사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한양대 석좌교수)은 지난 8일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가 중국에 추월당한 분야도 적지 않다”며 “기업이 신산업 발굴팀을 과감히 키워 대거 분사하고 정부는 연구개발(R&D), 창업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디스플레이 장치와 구동 기술,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핵심 기술 개발과 양산화에 힘쓴 공을 인정받아 10일 개막하는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로부터 ‘최고과학기술인상(상금 3억 원)’을 받는다.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인 그는 미국 텍사스인트루먼트(TI)에 근무할 당시 TI 일본 법인에 액정표시장치(LCD)·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용 디스플레이 구동 집적회로(IC) 제조 공정과 설계에 관한 연구개발(R&D)과 기술 이전을 한 뒤 1992년 귀국해 삼성·LG 등과 30년 가까이 산학 연구를 이어갔다. 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매우 낮은 전류 레벨까지 정확히 제어할 수 있는 모바일용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소 회로와 구동 회로를 개발해 모바일용 AM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열화까지 보상할 수 있는 AMOLED 화소 회로와 구동 회로도 개발해 장기간 쓸 수 있는 TV용 AMOLED 디스플레이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가 소니 등 일본을 제치고 디스플레이 강국이 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다.

권 회장은 “LCD 등 이미 중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기술도 많지만 복잡한 반도체 칩이라든지 OLED 기술 등은 중국보다 적어도 2~3년은 앞서 있다”며 “이런 분야에서 우리가 중국과 초격차로 앞서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소 흠결이 있는 제품도 내수에서 소화가 가능한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초격차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추가 비용 없이 디스플레이에 헬스케어 장치 장착 등 스마트한 기능을 넣는 연구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려고 한다”며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화를 꾀하면 중국보다 앞서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조사 결과 미국과 비교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2018년부터 동일(3.8년, 2020년은 3.3년)해져 다시 한번 초격차를 위해 신발끈을 조여 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스마트폰, 가상현실(VR) 기기 등 시장에서 요구하는 높은 해상도와 균일한 화질을 보장할 수 있는 AMOLED 디스플레이 최신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도 나서고 있다.

그는 “그동안 기업이 풀지 못하는 기술을 연구해 사업화가 이뤄지도록 조용히 지원했다”며 “이 과정에서 비밀 유지를 통해 기업과의 신뢰를 확보했다. 교수들이 ‘이 기술을 내가 개발했다’고 논문을 통해 노하우를 알리거나 외부에 발설하면 기업과 신뢰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국내 교수들이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도 특허를 내기 전에 논문을 통해 노하우를 공개하는 바람에 중국에서 먼저 사업화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논문 위주의 대학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논문(총 545건)이나 특허(해외 418건·국내 310건)를 발표할 때도 숨은 노하우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들 역시 대학과 출연연을 믿고 통 크게 지원하며 신뢰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신성장 동력 확보와 관련, “삼성전자조차 연 매출이 200조 원 이상이지만 신산업 매출은 5~6년간 1조 원도 안 될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국내외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는 방법도 있지만 신산업 발굴 팀원들에게 20~30% 지분을 주고 충분히 지원하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창업자들이 기업공개(IPO) 전 엑시트(이익실현)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주문했다.

권 회장은 내년 30조 원에 육박하는 정부 R&D 지원과 관련해 “양자컴퓨팅 등 몇 군데 부족한 분야가 있어 열심히 기획 측면에서 보충하고 있다”며 “이렇게 공간을 찾는 것도 중요하나 평가 방법을 혁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순수 과학은 논문이 중요하지만 응용·개발 연구로 넘어갈 때는 특허의 질에 방점을 찍고 성과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선 주자들과 차기 정권을 향해서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산업에서는 중국이 우리를 추월한 지 꽤 됐다”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과학기술을 우선순위에 놓고 고민하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학한림원은 오는 11월 국회에서 정책총서를 발표하며 과학·산업기술의 중요성을 호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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