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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窮則變(궁즉변), 變則通(변즉통), 通則久(통즉구)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코로나로 자영업자 힘든 시기 이지만

변화하려고 해도 혼자선 감당 어려워

소상공인 문제는 국가 경제와도 직결

현 상황 타개할 수 있는 지원책 절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대학로는 서울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다. 방역 수칙이 완화되고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 대한 인센티브가 실시된 탓인지 저녁과 주말에 대학로를 걸어보면 이전보다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반면 대학로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로변 상가에 ‘임대’를 써 붙인 건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대로변에서 한 블록 들어간 골목에도 ‘임대’를 써 붙이고 실내가 텅 빈 곳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물론 비는 곳에 재빨리 다른 업종이 들어서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몇 달째 비어 있는 곳도 많다. 대학로가 이럴진대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라면 사정이 더 심했으면 심했지 좋지 않으리라.

모든 가게의 점주들은 성공을 꿈꾸면서 영업을 시작했을 터인데 성공해서 더 너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영업을 그만두고 자리를 비웠을 때의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둬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조금만 버티면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희망과 ‘뭔가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 그리고 ‘변화를 해봐야겠다’는 시도 등이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뭔가 해볼 수 있는 노력을 하지 않고 실패하면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겠지만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서도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만 돌리기가 어렵다.



‘주역 계사전’에 보면 “극에 이르면 바뀌게 되고 바뀌면 통하게 되고 통하면 오래갈 수 있다(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고 한다. 궁은 막다른 곳에 이르러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킨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상황도 일종의 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람이 지금까지 검증된 지식이나 관행으로 닥치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같은 지식이나 관행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는 맥락이다.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면 궁의 상황에서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변은 지금 당면한 문제 상황을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이전과 다른 지식·관행을 찾는 것이다. 상황과 현실이 달라지면 그에 따라 지식과 관행의 구성이 달라지지 않을 수가 없다. 예컨대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과 산업 분야가 오프라인만을 고집하지 않고 관심을 온라인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시장의 규모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통은 앞의 궁과 변을 통해서 새로운 상황과 현실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이전에만 활용된 지식과 관행을 혁신해 새로운 상황에서 소통과 통용의 길을 찾아 이전에 하다가 끊어졌거나 끊어지려는 일을 계속하고 연결하는 것이다. 구는 궁과 변 그리고 통을 통해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궁에서 변으로, 변에서 통으로, 통에서 구로 이어지는 과정은 지식과 관행이 단절되지 않고 선순환을 이루는 단계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주역’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일이 궁·변·통·구로 물 흐르듯이 이어지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임대’라는 글자는 궁·변·통·구가 ‘주역’의 말처럼 순차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의 상황을 원래 책에서 하는 말과 현실이 같을 수 없다는 식으로 진단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지금은 궁에 이르렀지만 변화를 하려고 해도 혼자서 그 모든 작업을 해낼 수가 없다. 이렇게 새로운 상황에서 제대로 변화를 하지 못하니 문제를 풀어가지 못하고 이에 따라 문을 닫는 가게가 늘어가고 있다. ‘주역’의 말과 달리 현실은 “극에 이르러도 바뀌지 못하고 바뀌지 못하니 통하지 않고 통하지 않으니 오래갈 수가 없다(궁즉불변·窮則不變, 불변즉불통·不變則不通, 불통즉불구·不通則不久).” 즉 ‘주역’과 지금 거리의 현실은 궁(窮) 한 글자만 똑같고 이하는 모두 다르다.

지금 상황을 소상공인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 없다면 현재의 상황이 ‘주역’의 내용대로 진행되게끔 지원하는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소상공인의 문제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개별 거리의 상황에 한정되지 않고 국가 경제의 운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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