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영국이 극심한 공급망 문제를 겪고 있다. CNN방송은 “브렉시트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3일(현지 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채소 재배 농장을 운영하는 이언 브라운은 “채소를 수확할 노동력이 부족하다”며 “채소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일주일 동안 수확을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난으로 세계 곳곳에서 식량난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는 식량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노동력 부족’이다. 특히 식량 유통에 핵심인 트럭 운전사가 부족하다. 로지스틱스 UK(영국화물운송협회)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는 9만 명에서 12만 명의 트럭 운전사가 부족한 상태다. 브라운은 “(운전사 부족으로 유통에 차질이 생겨) 작물의 10~15%가 버려지고 있으며, 약 20만 파운드(약 3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인력난은 브렉시트 이후 이민 규정이 강화돼며 심해졌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쳐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로지스틱스 UK는 “원래 트럭 운전자 중에는 외국인이 많았다”며 “트럭 운전 자격을 취득하는 데 최대 9개월이 걸리고 비용도 최대 5,000파운드가 들어 영국인 노동자가 바로 현장에 투입되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 노동력은 고령화했고, 트럭 운전은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 6일 영국산업연맹은 이민규정을 완화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벽돌공과 도축업자, 운전기사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들 직업군에 속하는 외국인을 비자 발급 우선 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민 규정이 아닌 노동 조건과 임금이라며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이어지고 있다. 영국 슈퍼마켓 Co-op의 스티브 무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5일 현지 언론에 “식료품 부족이 그 어느 때 보다 심한 수준”이라며 “크리스마스에도 마트 선반이 텅 비어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맥도날드도 매장에서 밀크셰이크와 병 음료 판매를 중단했고, 치킨 체인점 난도스는 닭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전국 약 400개 매장 중 50개를 임시로 닫았다.
영국 경제 회복에도 비상이 걸렸다. 영국통계청은 경제 성장세가 공급망 문제와 인력 부족의 영향으로 지난 7월 거의 멈췄다고 전했다. 학계에서는 영국 경제가 내년 2분기까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HSBC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올해 영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7.1%에서 6.7%로 하향 조정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