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소비량의 절반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유럽 대륙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가 천연가스의 아시아 수출을 늘리면서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량이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스 생산량마저 급감해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올겨울 한파가 닥치면 가스 비축량이 부족한 유럽이 공급난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다.
13일 아모스 호흐슈테인 미국 백악관 에너지안보고문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가스 공급량이 예년보다 줄었고 가격마저 폭등해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호흐슈테인의 말대로 천연가스 가격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긴 상황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서다. 백신 접종 이후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국가가 늘었고 최근에는 폭염에 따른 에어컨 사용도 수요 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다. 유럽과 터키에 천연가스를 독점 수출하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은 계약 물량을 모두 공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유럽 규제 당국으로부터 노드스트림2 인증을 따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량을 줄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드스트림2는 가스프롬이 준공한 가스 송유관으로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지나 독일로 이어진다.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이 반대해왔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제재를 포기하면서 가스관 공사가 재개됐다. 유럽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기 위해 천연가스 수입선을 다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큰 실효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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