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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살면, 내가 죽어" 456억짜리 생존 게임

■리뷰-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빚더미에 짓눌린 456명의 참가자

이기면 막대한 상금, 지면 죽음 뿐

학살극 연상케 하는 잔혹한 연출로

극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사회 빗대





#게임에서 이기면 상금을 준다는 말에 찾아간 곳, 잠들었다가 눈을 떠 보니 일련번호가 붙은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었다. 모두 456명이 똑같은 옷을 입고 한 자리에 모였고, 주최 측이 준비한 게임에서 이기면 456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참가자들은 모두 크고 작은 빚더미에 짓눌려 하루하루 버티는 처지. 출구 없는 인생, 게임에 참가해야 할 절박함은 충분하다. 하지만 고수익엔 고위험이 따르는 법, 게임에서 탈락했을 때 남는 건 죽음 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술래에게 들키면 총에 맞고, 줄다리기에서 진 사람은 벼랑으로 떨어진다.



오는 1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9부작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 카메라에 담긴 장면이다. ‘오징어 게임’은 목숨을 건 잔인한 데스 게임에 초대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며, 참가자들은 의문의 주최 측이 준비한 총 여섯 가지 게임을 소화한다. 모두 어린 시절에 해 본 놀이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우회적으로 그린 하나의 거대한 알레고리”라며 목숨 건 게임에 참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극한의 경쟁에 몰린 현대사회를 빗댔다고 설명했다. 그는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2008년 처음 구상에 들어가 이듬해 시나리오를 완성했지만 잔인하고 난해하다는 반응에 제작을 접었는데, 세월이 흐르니 코인 열풍 등과 맞물려 이 작품이 어울리는 세상이 됐다”고 돌아봤다.





가장 눈을 잡아 끄는 요소는 압도적 스케일의 세트장이다. 첫 게임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대형 인형을 비롯해 456명이 한 곳에 머무는 숙소, 게임 장소로 이동하는 계단 등은 원색의 디자인과 맞물리며 보는 이들에게 위압감을 준다. 여기에 컴퓨터그래픽(CG)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생동감을 연출했다. 데스게임을 소재로 한 작품 답게 폭력적 장면의 수위는 높은 편이다. 술래에게 걸린 참가자들이 총에 맞는 장면을 카메라는 근거리에서 지켜본다. 당황해 도망가는 사람들이 피를 흘린 채 무더기로 쓰러진 광경은 전쟁터의 학살극을 연상케 한다. 반면 참가자 한 명이 사라질 때마다 마치 게임 상황판처럼 관리실의 전광판에서 사진이 사라지고, 의문의 관리자가 CCTV로 이 모습을 즐기는 듯 보이는 대조적 연출은 인상적이다. 다만 이런 탓에 가상 세계의 경쟁으로만 비치며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주요 출연진 중 한 명인 배우 이정재는 잇따른 사업 실패와 이혼을 겪으며 노름에 빠져 사채까지 손을 댔다가 빚더미에 허우적 대면서도 낙천적 성격을 잃지 않은 기훈을 연기한다. 꾀죄죄한 외양에 푼돈이라도 따기 위해 딱지치기 같은 사소한 게임에도 따귀를 맞아가며 악착같이 매달리는 소시민의 모습은 그간 연기했던 멋있는 이미지와 거리감이 크다. 이 차이를 의식한 듯 그가 보여주는 연기는 다소 과장된 톤이지만 극중에서는 어색함이 적은 편이다. 박해수는 기훈의 고향동네 후배로, 고객 돈으로 한 투자가 실패하며 빚더미에 오른 증권맨 상우 역할을 맡아 상금과 죽음 사이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심리를 표정으로 보인다. 그 외 새터민 출신 소매치기 새벽(정호연), 조직폭력배 석구(허성태) 등도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황 감독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으며, 일상에서도 왜 치열하게 목숨 걸다시피 하는 경쟁을 하는지, 이 경쟁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습관처럼 목숨 걸고 경쟁한다고 말하는 세상, 경쟁에 따른 능력주의를 정당화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시대에 경쟁에서 탈락하면 진짜 죽는 살풍경의 울림이 어떨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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