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한 달 여 만에 70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원유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들의 자금은 반토막 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하향할 것이라는 전망에 자금이 유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21일 펀드평가사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원유를 추종하는 ETF 6종의 순자산총액이 한 달 새 449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사이에는 2,284억원, 연초 이후에는 5,039억원 감소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10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2.34달러를 기록, 북해산 브렌트유 11월물은 2.38달러 올라 배럴당 74.56달러로 체결됐다. 유가가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원유ETF에서는 꾸준히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한 달 새 400억원 이상 자금 유출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국내 상장된 원유 ETF 6개의 순자산은 총 3,200억원 수준이다.
수익률은 나쁘지 않았다. 한 달 새 5~8% 수준의 성과를 냈다. KBKBSTAR미국S&P원유생산기업증권ETF(주식-파생)(합성H)은 한 달 새 8.54%의 성과를 냈고, 삼성WTI원유특별자산1(WTI원유-파생)(A)와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원유-파생)는 각각 5.2%~5.1%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당분간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유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겨울 한파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유가가 최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BoA의 프란시스코 블랜치 상품 전략가는 “겨울에 한파가 발생할 경우 난방용 석유 사용이 급증할 수 있다”며 “최근 천연가스, 석탄 등 다른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유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도 유가가 올 4분기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OPEC+ 산유국의 증산량이 기대에 못 미치고, 아이다로 인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올 4분기를 정점으로 내년부터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것은 유가가 하향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라며 “원유 ETF 대신 유가 안정화 수혜가 예상되는 XLE(에너지), XLB(기초소재) 등의 ETF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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