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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로터리] 점입가경 중대재해처벌법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최근 우리 사회의 입법 과정을 보면 여론의 분위기에 휩쓸려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매우 많다. 물론 국민 감정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겠지만 전문가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다음 최대한 신중히 처리하는 성숙된 입법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외국은 일반적으로 법 하나를 만드는 데 짧게는 수년이 걸린다고 한다. 부실 심의로 인한 성급한 입법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아닌가 싶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강력한 처벌만이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다는 노동계 일방의 논리만 반영돼 너무 성급히 제정됐다. 이 법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경영 책임자 개인을 하한형의 징역형으로 강력히 처벌하는 규정을 담고 있으며, 그 의무 내용 또한 포괄적이고 모호해 처벌 규정으로는 많은 흠결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 제정안도 애매한 법률 규정을 일부 구체화하긴 했으나 여전히 불명확한 내용이 많다.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과 관련한 ‘적정한’ 예산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고, 지켜야 할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어디까지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더욱이 시행령 입법 절차가 너무 늦어져 법 시행일인 내년 1월까지 경영 책임자가 모든 의무를 이행할 준비 시간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안전 역량 및 예산이 부족한 중소 규모 기업은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까지 겪고 있어 많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대로라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도 가장 무서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입법 보완 및 유예기간 부여 없이 법 시행을 강행할 태세다.

중대 산업재해 발생 시 수사권 문제도 논란이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전담해 수사를 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수사 주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자칫하면 경영 책임자가 고용부와 경찰 모두에서 수사를 받는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수사권 경합은 중복 수사로 인한 현장 혼란과 과잉 수사의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고용부와 경찰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고 있어 점입가경이다. 무시무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이어 중복·과잉 수사까지 이뤄진다면 기업에 너무나 가혹한 처사다. 입법 과정의 또 다른 흠결 사항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로 유턴한 기업은 67개사인데 같은 기간 해외에 설립된 법인은 1만 4,000개에 달한다. 내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 같다. 기업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결국 고용 위축 등 그 피해는 근로자한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진정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인지 처벌법이 아닌 예방법을 만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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