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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사회
당 주도 기업경영에 빚만 쌓여···중국 지방정부 '음성부채' 2,700조원

[흔들리는 中 경제시스템]

<중> 국가자본주의식 관치 폐해

"시장이라는 새, 국가에 가둬야"

문혁 당시 '조롱 경제론' 재부상

관료 주도 과잉투자 칭화유니

10조 부채만 남긴채 법정관리

사교육 업체도 수천여 곳 파산

習 3연임 앞두고 통제 이어질 듯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 지방정부 부채 증가, 칭화유니 등 반도체 분야 과잉 투자, 사교육 금지 등 최근 중국 경제를 혼란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사건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공산당 관료 주도 정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기업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 주도 경제의 비효율성도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기업 운영에까지 간섭하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식 관치가 기업들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내년 가을 3연임을 앞둔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가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 부문은 팽창, 민영 부문은 축소)’를 노골화하면서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공산당의 산업통제가 성장 잠식

23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중국 주재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는 중국 정부에 대해 경고를 내놓았다. 이 기관은 “중국 공산당 정부의 산업통제를 강화하고 외국 기술을 덜 사용하려는 운동이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며 “시장을 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외르크 부트케 EU상공회의소 회장은 “그들이 정치·경제적 통제를 위해 성장 잠재력을 희생하려 하는 것에 주목한다”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의 당사자 격인 미국 기업에 이어 유럽 업체들도 시장을 점점 옥죄는 중국 정부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내놓은 것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내세우는 중국에서 정부의 시장규제는 늘 있어왔지만 최근 강도가 부쩍 세졌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광시좡족자치구 류저우시의 한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과 국가는 민영기업들이 대담하게 발전하도록 고무·지지·인도해야 한다”며 “당조(당위원회)는 기업 개혁 발전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알리바바에서 시작된 빅테크 규제가 단순히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현장에서 적용될 때 생긴다. 관념적인 ‘당의 영도’라는 원칙은 실제 관료들의 기업 지배로 나타난다. 즉 공산당을 지배하는 관료들이 좋다고 하는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돈줄이 마른다. 견제 세력이 없는 가운데 실패할 확률은 다른 자유 시장보다 훨씬 크다.

사업 부추기던 관료, 저성장에 돌변

최근 논란이 된 헝다는 3,050억 달러(약 360조 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데 이는 결국 회사 본사가 있는 광둥성 등 지방정부들의 보증 아래 은행들이 대출한 것이다.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은 201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 행사에서 톈안먼 성루에도 올라 공산당 지도부 반열임을 보여줬다.



하지만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돌아왔고 이제 다른 관료들이 뒤처리를 고심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었던 칭화유니는 관료 주도의 과잉 투자 끝에 수익성 상실로 10조 원의 부채만 남긴 채 현재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올 7월 느닷없는 사교육 금지 조치로 수천 개의 민간 교육 업체들이 파산했다.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흥청망청 사업을 벌였던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다.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의 음성 부채가 14조 8,000억 위안(약 2,700조 원)에 달했다. 음성 부채란 기존 장부에도 잡히지 않는 숨어 있는 빚이다. 점점 낮아지는 경제성장률과 시진핑의 장기 집권 움직임에 따라 중국 정부의 규제는 강화됐고 이것이 한때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기업들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기업들에 자금을 빌려주며 사업을 부추기던 관료들이 각종 규제를 들이밀면서 돌변하고 있는 셈이다.

내년 가을까지 규제 강화 가능성

이런 규제는 내년 가을 시진핑의 3연임을 가능하게 할 제20차 공산당 당대회 때까지 강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미 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는 국유 부문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알리바바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분할과 국유화, 인터넷 공룡인 바이트댄스·웨이보 지분의 국유 기업 인수 등이 생생한 실례다. 이는 중국 정부의 경제 장악력으로 이어진다. 실제 과거 문화대혁명 시기 공산당 내 보수파가 내걸었던 ‘조롱(새장) 경제’라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조롱 경제라는 것은 시장이라는 새는 국가라는 새장 안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관치의 폐해가 이미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목표는 단순히 말을 안 듣는 기업 몇을 손보는 게 아닌 듯하다”며 “국가가 돈의 흐름과 경제를 통제하는 것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시진핑이 끝없는 개혁 개방 프로젝트보다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는 데 몰두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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