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년 만에 전기료를 올리며 복합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던 농수산물과 유가에 이어 억눌려왔던 공공요금까지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기 떄문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예측까지 제기되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우유 업계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우유 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우유 제품 가격을 5.4% 인상한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우유 흰 우유 1ℓ 제품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2,500원 중반에서 2,700원 안팎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원유(原乳) 가격은 지난 8월부터 1ℓ당 926원에서 21원 오른 947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
우유 값 상승에 따라 베이커리·커피 업계 등의 도미노 가격 인상도 우려된다. 커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테 등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 음료의 경우 우유 공급가가 인상되면 자연스럽게 판매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최저임금 인상과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원가 상승 압력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물가 관리 목표도 사실상 지키기 어려워졌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6% 상승해 올 4월 이후 5개월 연속 2%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정부는 당초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으나 지금으로서는 2% 돌파가 유력해진 상태다.
8월 물가를 품목별로 보면 공공 서비스를 제외한 사실상 전 분야에서 물가가 올랐는데 여기에 전기 요금 인상이 더해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공업 제품과 서비스 가격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도시가스 요금은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동결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지역별로 버스 등 공공 서비스 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아직 물가 통계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9월에도 추석 대목이 껴 있었던데다 정부가 11조 원에 이르는 5차 재난지원금을 뿌려 물가 상승 압박이 컸다. 또 정부가 시행하는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사업도 오는 10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달 21일 우리나라 올해 물가상승률을 2.2%로 상향 전망해 발표했다. 민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2.0%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에서 결정되면 금리 인상과 맞물려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회복 속도가 둔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