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경쟁은 나와 하는 것…남들과는 상생해야죠"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

'내가 하고 싶은 연구' 공간 제공

남들과 지식 공유하고 협력하면

경쟁 안해도 성공·행복 가능해져

"전 국민 대상 AI교육 책임질 것"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가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로 태광빌딩 2층 사무실에서 ‘모두연 사용설명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송영규 선임기자




‘1.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발표하려고 밤새웠으니까요. 2. 함께 토론해요. 알아요. 다들 모르고 있다는 거. … 9.함께 성장해요. 경쟁은 나와 하는 거예요. 남과 하는 것은 상생이고요.’

서울 강남구 역삼로 태광빌딩 2층에 위치한 모두의연구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모두연 사용설명서’다. 사용설명서처럼 이곳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연구한다. 경쟁을 할 필요도 없다. 누구도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교수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모르는 것은 질문하고 아는 것은 공유한다. 모두가 학생이고 모두가 선생이다.

김승일(46) 모두의연구소 대표는 3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쟁을 하지 않다고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연이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서로 도우며 연구하다 보니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게다가 서로 협력을 하게 되니 실력도 쌓이고 사회적으로도 성공을 거두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됐죠. 이러한 문화를 계속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 학위까지 받은 김 대표는 LG전자 기술연구원에서 5년간 근무한 후 회사를 그만두고 특허 사업을 하다 지난 2015년 8월 모두연을 창업했다. 올 2월에는 카카오 기업재단 카카오임팩트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혁신가를 지원하는 펠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가 세운 모두연은 개발자들에게 연구 장소를 빌려주는 일종의 스터디클럽이다. 이후 인공지능(AI) 혁신 학교 ‘아이펠(AIFFEL)’을 세우면서 연구와 교육을 함께 진행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가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로 태광빌딩 2층 사무실에서 모두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송영규 선임기자




김 대표가 창업한 가장 큰 이유는 회사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지금은 경쟁이 워낙 심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며 “1등을 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모두연에는 세 가지가 없다. 우선 강사가 없다. 모든 것은 소통과 토론을 통해 이뤄진다. 코딩 테스트도 없다. 많이 아는 사람들만 뽑는다면 초보자나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교육의 기회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단지 얼마나 큰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뿐이다. 상대평가 역시 없다. 모든 평가는 절대평가로 이뤄진다. 당연히 1등이 있을 수 없다. 서로 잘할 수 있도록 이끄는 원동력은 여기서 나온다. 현재 서울 3곳과 인천·대전 등 5곳에서 운영되는 AI 혁신 학교 ‘아이펠’의 평균 수료율이 92.4%에 달하는 이유다.

경쟁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곳을 거쳐간 인재들이 현장에서 ‘대접’을 받고 있다. 경쟁 없이도 성공하는 사례를 보여준 셈이다. 김 대표는 “모두연을 거쳐간 사람들 중 상당수가 구글이나 네이버·카카오 등 소위 잘나가는 기업에서 인정받는 인재가 됐다”며 “이들이 다시 지식을 나눠주고 함께 성장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가 서울 강남구 역삼로 태광빌딩 2층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송영규 선임기자


모두연의 활동을 보면 사회적 기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엄연한 영리기업이다. 300~400명에 달하는 멤버십 회원들은 월 5~7만 원의 회비를 낸다. 아이펠도 학생들은 무료지만 운영비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받는다. 덕분에 창업 다음 해인 2016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30억 원의 매출에 순이익도 약 3억 원가량을 기록했다. 올해는 아이펠이 8곳으로 늘어나면서 수익 구조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전망이다.

김 대표의 첫 번째 목표는 모두연을 우리나라 전 국민의 AI 교육을 책임지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 AI 학교를 설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목표가 여기서 끝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과열 경쟁이 벌어진 가장 큰 원인은 대학 입시에 있습니다. 모두연의 최종 목표는 대학 입시의 폐지입니다.” 연구 교육의 이단아가 꾸는 꿈은 원대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