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장관이 손바닥에 한자 ‘王(임금 왕)’ 자(字)가 적혀 논란에 휩싸인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무골(武骨)’이라고 소문났는데 알고 보니 ‘무골(巫骨)’이었다”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총장을 가리켜 “민주공화국에서 주권자의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손바닥에 ‘왕’ 표식을 하고 등장한 대통령 후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는 ‘무골’이라는 단어의 한자 병기를 ‘무사’나 ‘장군’을 뜻하는 ‘武’자 대신 무당을 가리키는 ‘巫’로 바꿔 윤 전 총장을 비판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캠프의 해명에 따르면 ‘지지자’가 3~5차 토론회 직전 ‘왕’자를 손바닥에 적어주었다 한다. 이 ‘지지자’는 누구인가?”라며 “이 ‘지지자’는 곧 개최될 6차 토론회 직전에도 나타날까? 3~5차 토론회의 그 ‘지지자’와 같은 사람일까?”라며 "더 중요한 것은 윤석열은 3번에 걸친 이 지지자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기꺼이 손바닥을 내밀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민(臣民)을 만났으니 뿌듯했으리라. 이제 주권자 국민은 '내가 너의 왕이다'라고 손바닥에 적어 윤석열에게 보여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은 이번 윤 전 총장의 손바닥 ‘왕’자 논란에 대해 십여 차례 관련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홍준표 의원도 '무속인 개입설'을 공론화하며 가세했다. 홍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장동 비리 후보도 모자라 각종 비리 의혹 후보에 이젠 무속인까지 등장하는 역사상 최악의 대선 경선"이라며 "참 안타깝고 서글픈 대선 경선"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전 총장 손바닥 ‘왕’자는 지난 1일 MBN을 통해 방송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5차 토론회에서 포착됐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번 논란과 대해 "후보님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계신 할머니 열성 지지자분들이 토론회를 잘하라며 손바닥에 그려준 것”이라며 "그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 써준대로 토론회에 갔다. 어차피 TV토론회라 손바닥이 다 보일텐데 논란이 되는 내용이었으면 그대로 갔겠느냐"고 해명했다. 다만 지난달 28일 열린 MBC 100분 토론 4차 방송토론과 지난달 26일 열린 채널A 주관 3차 토론에서도 ‘왕’자로 추정되는 글자가 윤 전 총장 손바닥에 적힌 모습이 방송에 노출된 바 있다.
한편 야권에서도 윤 전 총장의 손바닥 '왕'자 논란에 대해 쓴소리가 잇따랐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측은 3일 "무속에 의지하는 후보와 거짓말하는 참모들은 절대 국가 권력을 쥐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유승민 캠프 권성주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을 얼마나 바보로 생각하면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는가"라며 "토론이 겁나 후보가 부적을 붙이든 굿을 하든 자유나 국민을 속이려 해선 안 된다"고 이같이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SNS에서 "여당 대선 후보가 조선시대 왕처럼 상대방에게 봉고파직·위리안치 형벌을 내렸다. 이에 질세라 야당 후보는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겼다"며 “대선이 대통령이 아니라, 상대 진영을 초토화시킬 왕을 뽑는 선거가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장동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를 향해 "봉고파직(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관고를 봉해 잠근다는 뜻)·위리안치(유배된 죄인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로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가두는 형벌)하겠다"고 발언한 것과 윤 전 총장이 최근 TV 토론에서 손바닥에 한자로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포착된 것을 동시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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