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를 강타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영어 자막 일부가 한국어 대사를 어색하게 번역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상금 456억원을 노리고 목숨이 걸린 게임판에 뛰어든 밑바닥 인생의 광기와 해학을 담아낸 작품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영어권 시청자들에게는 이러한 극중 분위기와 등장인물의 성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5일(현지시간) 오징어게임 인기 속에 이런 잡음이 일고 있다면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트위터 이용자 '영미 메이어'의 지적을 소개했다. 메이어는 지난 1일 자신의 계정에 "번역이 아주 나쁘다"면서 "대사는 훌륭하게 쓰였는데 이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미녀'가 등장하는 장면을 예로 들며 "꺼져"라는 강한 대사가 "저리 가"(Go away)로 번역된 점 등이 극중 갈등 분위기와 '한미녀'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미녀가 극 중 짝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오역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녀'가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머리는 장난 아니라니까"라면서 자신을 부각하려는 대사가 영어 자막으로는 "난 천재는 아니지만 해낼 수 있어"(I'm not a genius, but I still got it worked out)라고 번역된 점이다.
다만 '영미 메이어'가 지적한 영어 자막은 청각 장애인 등을 위해 영상에서 자동 생성되는 버전으로, 그와는 달리 제공되는 영어 자막에 대해서는 이보다는 "대체로 좋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그의 글에서 또 다른 사용자는 "나와 룸메이트가 노트북 두 대를 놓고 오징어게임을 봤는데 우리의 영어 자막이 달랐다"며 "차이점들이 미묘했지만 마치 다른 작품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댓글을 달았다. 자신을 "번역 및 자막 경력을 가진 다국어 화자"라고 소개한 트위터 이용자 '야스민'은 "엉망인 부분을 많이 발견했다"면서 "안타깝게도 수준 높은 번역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도 '오징어 게임' 속 호칭이 영어로 어색하게 번역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오빠'라는 대사는 '올드 맨'(old man)으로, '아주머니'라는 대사는 '할머니'(grandma)라고 번역됐는데, 한국 특유의 호칭을 적절하게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BBC는 이번 논란에 대한 넷플릭스의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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