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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오늘 ★스타 속 나는 얼마나 완벽했나요

■셀피

윌 스토 지음, 글항아리 펴냄

완벽한 존재 돼야한다는 강박

SNS '좋아요'·'하트'에 더 집착

각종 문제 양산하는 시대적 현실

'자아·문화' 두가지 관점서 분석

'영웅' 아닌 자신의 한계 인식할때

성취할수 있는 삶의 목표도 찾아





#평범한 취업준비생 ‘차미호’는 현실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세상에 더 열중한다. 보정으로 만들어낸 멋지고 아름다운, 늘 행복한 ‘차미’는 차미호가 가상 세계에서 만들어 낸 또 다른 자아다. 미호는 이 완벽한 존재가 등장하는 수많은 사진들, 그리고 그 사진에 붙은 ‘좋아요’ 혹은 ‘하트’ 표시가 자신을 향한 사랑이자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그의 앞에 진짜 차미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지만, 차미는 어느새 미호의 일상을 하나둘 차지해 가고, ‘현실 속의 나’와 ‘되고 싶은 나’의 생존 경쟁이 펼쳐진다. 창작뮤지컬 ‘차미’는 무수한 타인이 눌러주는 ‘좋아요’를 갈구하며 진정한 자신을 잃어가는 인물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SNS 확산으로 자기애와 자기혐오가 공존하는 시대의 현실을 반영한 이 이야기는 관객들로부터 큰 공감을 샀다.

신간 ‘셀피’는 이런 세상의 근원을 추적하는 책이다. 모두가 완벽한 존재가 돼야 한다는 강박, 그렇지 못하면 자기 자신을 증오하고 혐오하며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는 현실 속에서 저자는 ‘우리 자아를 침몰하게 하는 실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연구는 ‘자아’와 ‘문화’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먼저 자아를 설명하기 위해 책은 인류가 부족을 이뤄 살던 원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은 무리를 지어 살며 세계를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구분하는 ‘부족적인 존재’다. 이때부터 인간은 서열 다툼의 투쟁에 노출됐고,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평판)가 커다란 관심사가 됐다. 저자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간 자아의 가장 핵심적인 활동은 남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심을 두고 이를 통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완벽한 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대체로 우리가 속한 부족이다. 완벽주의라는 현대적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책은 1980~1990년대 미국에서 일었던 ‘자존감 열풍’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는 ‘인간 잠재력 회복 운동’으로 알려진 ‘에설런 연구소’를 파헤치며 집단 요법을 통한 자존감 회복을 내세운 이 연구소의 활동이 일부 정치인과 한 단체가 주도해 자기 이익을 도모하려 한 사기와 허황이라고 주장한다. 이 운동이 한창이던 1992년, 미국인의 89%가 자존감을 성공적 삶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고, 미국과 영국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높은 자존감을 주입하는 데 열을 올렸다.





부족에서 완벽한, 혹은 그렇지 않은 대상을 널리 알리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은 ‘소문’이다. 신문, 영화, 책, 그리고 SNS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것을 알려주고 보여줄 ‘문화적 풍부함’에 노출된 오늘이기에 이 소문은 더 멀리, 더 광범위하게 뻗어 나간다.

이야기는 그렇게 자연스레 두 번째 축인 ‘문화’로 넘어간다. 책에서 문화는 컴퓨터 코드와 같이 우리를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는 지시 사항의 거미줄에 비유된다. 심리적 부족 속 인간들은 우리가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행동하며 무엇을 원하는지를 말해주는 이 규칙을 내면화하고, 그 규칙을 충실히 지키려 한다. 저자는 말한다. “내 배가 이상적인 몸매와 거리 멀다는 이유로 혐오감을 느낄 때, 이는 내 문화가 그렇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는 밀레니얼 세대이자 셀피 중독자 CJ가 등장한다. 수십만 장의 셀카를 위해 저장 공간 이용료를 내고 새벽 4시까지 사진을 보정할 정도로 실생활보다 SNS 속 모습에 더 신경 쓰는 CJ는 ‘자존감 열풍’ 세대의 자녀들이며 셀카와 각종 디지털 플랫폼에 둘러싸인 ‘우리 시대의 산물’이다. 얼굴이든 몸매든, 자산이나 학벌 수준이든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가 생산해 내는 시대의 완벽한 자아인 ‘영웅’ 모델은 개개인에 강력한 사회적 압력을 가한다. 참고로 2014년 한 해 동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만 매일 930억 장의 셀카가 촬영됐다.

저자는 “우리는 영웅이 아니고, 그냥 우리일 뿐”이라며 행복을 되찾기 위해서는 부족의 선전을 믿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이해할 때 분수에 맞는 목표를 추구할 수 있고, 그때 비로소 우리가 성취할 수 있는 과제에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있다. 자기 모습을 바꾸려는 시도를 그만두고, 생활 속에서 하는 일과 목표를 바꾸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각종 연구와 셀카 중독자, 불량배, 수도승 등 다양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가 더해져 ‘SNS 시대의 행동 양태’로만 여겨졌던 셀피를 한층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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