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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 맞선 언론인 노벨상 수상에 크렘린 "용기있는 사람"... 필리핀은 침묵

정권에 탄압에 맞선 러시아·필리핀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마리아 레사 수상

푸틴 측 "재능있고 용기있는 사람" 축하

레사 고발한 두테르테 측 침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올해의 노벨 평화상은 각각 필리핀과 러시아 정권의 탄압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언론인 두 명이 선정된 가운데 수상을 두고 두 정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8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2021년 노벨평화상을 필리핀의 언론인 마리아 레사(56)와 러시아의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60)에게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레사는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무라토프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맞서 언론의 사명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무라토프의 고집스러움을 높게 샀지만 필리핀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민주주의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전제 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높이 사 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해 최대 방송사인 ABS-CBN의 방송 송출 중단 처분을 내리고 정부에서 언론인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등 언론 탄압이 심하다. 사실상 독립 매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러시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드미트리 안드레예비치 무라토프는 1993년 러시아 반(反)정부 성향의 독립 매체 ‘노바야 가제타’를 창립해 1995년부터 24년 동안 편집장으로 일했다. 무라토프가 이끄는 노바야 가제타는 부정부패나 경찰의 불법행위, 선거부정, 친(親)정부 댓글부대 등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기사를 전해왔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6명의 기자들이 살해되기도 했다. 노벨위원회는 “무라토프는 6명의 기자가 살해된 와중에도 언론의 독립성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기준을 준수하는 한 언론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쓸 수 있다는 ‘언론인의 권리’를 일관되게 옹호했다”고 강조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무라토프는 수상 소식을 듣고 "이번 노벨평화상은 나 개인이 아닌 노바야 가제타에서 일하다 숨진 기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또 텔레그램 뉴스채널 ‘포디옴(Podyom)’에 "우리는 현재 억압받는 러시아 저널리즘을 계속해서 대표하겠다"며 "외국 첩보원으로 낙인 찍혀 공격받고 쫓겨나는 이들을 돕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이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최근 군이나 정보기관의 문제를 보도하면 외국 첩보원으로 낙인찍는 규정을 만든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라토프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두고 러시아 대통령실에서는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무라토프 재능있고 용기 있는 사람으로 자신의 이념에 헌신하고 고집스럽게 일해왔다"며 "그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전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연합뉴스


레사는 자신의 노벨상 수상을 두고 사실(facts)이 없이는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래플러가 매일 폐간 가능성을 안고 살아간다"며 "우리가 늪에 빠졌지만 앞에 북극성을 계속 두고 사실을 수호하면 권력에 책임을 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사는 필리핀 출신의 저널리스트로 34년 간 탐사 전문 기자로 활동해 왔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영문학 학위를 받고 이후 1987년 CNN의 마닐라 지국장으로 부임한 뒤 1995년까지 활동했다. 이후 2005년까지 CNN 자카르타 지국장으로 일하며 전 세계에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상황을 전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지난 2011년 필리핀의 인터넷 기반 탐사 저널리즘 매체인 ‘래플러(Rappler)’를 창립하고 부터다. 2016년 당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후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지지자를 결집하고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묻히게끔 가짜 계정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후에도 정권을 향해 비판의 칼날을 멈추지 않았다.

두테르테 정권이 벌인 마약세력 소탕 작전인 이른바 ‘토캉(Tokhang)’으로 인해 만 명이 넘는 무고한 이들이 희생된 점을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두테르테 대통령으로부터 명예 훼손 등 소송을 당해 벌금형을 받는 등 고초를 치른 그는 법정에 출석하기 전에 기자들을 향해 “이번 사건은 래플러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당신들의 일”이라며 “언론의 자유는 필리핀 시민으로서 당신이 가진 모든 권리의 기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사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이나 필리핀 정부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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