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DJ정부 악몽’ 반복될 뻔…北관광용 페이퍼컴퍼니에 국책은행 동원 시도 논란

2년전 ‘한반도 평화관광’ 연구용역

산업銀 등 출자 북한개발銀 만든뒤

北 금융지원 위한 SPC 설립 제안

‘하노이 노딜’ 이후 추진동력 상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국책은행, 민간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북한에 지급하고 북한 관광 개발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연구 용역을 실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노딜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정부 정책으로 구체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 국책은행 자금을 북한 지원에 동원했다가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된 ‘대북 송금’의 악몽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11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는 이 같은 내용의 ‘한반도 평화관광 기본 계획 수립’ 연구 용역을 2019년 실시했다. 1·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관광 재개 가능성이 증대된 데 따른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북한 관광 개발을 위한 재원 마련안이다. 연구 용역은 대한민국 정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출자와 주요국 공적개발원조(ODA), 해외 차관 등으로 ‘북한개발협력은행’을 설립하고 북한개발협력은행과 북한 정부, 국내 전략적 투자자가 지분 투자해 특수목적법인(SPC) 성격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안을 제시했다. 이 페이퍼컴퍼니가 산은·수은·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민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이용자로부터 관광 서비스 이용료를 받아 북한개발협력은행 등에 배당금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북한 관광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연구 용역에서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직접적인 재원보다 국내외 민간투자 자본, 국제사회 재원 등을 더 선호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 같은 방식의 민관 협력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줄 때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이 북한을 지원해주는 데 대한 정치적 논란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미 한 차례 북한 문제로 곤욕을 치른 산업은행으로서는 악몽이 재연될 뻔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2000년 현대상선에 4,900억 원을 대출해준 후 자금의 일부가 북한에 흘러간 게 드러나면서 이근영 당시 산은 총재가 구속되기도 했다. 해당 대출을 내준 직원도 책임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으로서는 정치적 논란이 나올 북한에 또다시 연루되는 데 반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가 해빙·갈등 국면을 반복하면서 그간 금융권의 대북 사업들도 탄력을 받아 추진되다가 동력을 잃고는 해왔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주요 금융지주와 시중은행들은 남북 경제협력에 따른 다양한 금융 지원 등을 논의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나 현재 정상 가동되는 조직은 전무하다.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우리은행 역시 남북 관계가 악화되고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철수한 바 있다. 이 같은 경험에 비춰볼 때 한국관광공사의 연구 용역대로 북한 관광 개발이 추진돼도 남북 관계에 따라 언제 다시 중단될지 모르는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배 의원은 “대한민국이 리스크를 전담하는 재원 마련안이다 보니 무역보험공사가 국책, 민간 금융기관에 보증까지 제공하는 안전장치까지 마련했다”며 “이 연구 용역에 2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 것도 문제”라고 언급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