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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치킨, 코로나, 관광의 미래

김성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근부회장

김성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근부회장.




한국인이 사랑하는 배달 음식 1위는 치킨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477개로 전년 438개 대비 8.9% 늘었고, 대형 치킨 전문점들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닭고기 수요 증가와 함께 비대면 배달 음식의 인기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닭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야생 동물을 가축화한 1만 년 전부터 인류 문명이 싹을 틔웠기 때문이다. 문명은 또한 야생의 동물이 가져온 질병과 투쟁한 역사이기도 하다. 14세기 페스트는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하면서 봉건제 붕괴의 단초를 제공했고,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엔 유럽의 퇴조와 미국의 시대가 이어졌다.

최근 들어선 인수공통 전염병이나 고병원성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감염병은 인간의 욕심이 초래한 재앙에 가깝다. 인구 증가와 난개발이 부른 환경 파괴와 지구 온난화는 날로 심해지고, 육류 소비 증가에 따른 공장식 사육방식의 확산은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다. 코로나19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관광에서도 과잉 문제는 심각하다. 관광수요의 지속적인 성장세에 2019년 국제 항공편 승객은 14억 명에 이르렀다. 5년 동안 항공산업과 관련한 탄소 배출량은 32% 증가했고,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2%가 관광산업에서 발생했다. 관광이 사람의 이동과 체류를 속성으로 하기 때문이다. 주요 관광지는 ‘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았다. 1950년대 17만 여 명의 주민이 살았던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방문객이 연간 2,800만 명에 달하면서 최근 인구가 5만여 명으로 줄었다. 해발 2,430m에 위치한 페루의 마추픽추도 관광객이 연간 100만 명을 넘으면서 하루 입장객 수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한다.

코로나19는 여행과 관광의 본질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여행이 멈춰있는 동안 우리가 여행하던 기존의 방식이 가진 명암을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여행을 다시 누리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관광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과 여행자, 환경과 생태계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게 중요하다. 여행을 떠나면 현지의 사람과 문화를 살펴보면서 현명한 이동과 소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일상에서는 친환경적으로 생활 습관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치킨과 달걀 요리를 줄이면서 조금씩 동물복지에도 관심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치킨용 닭은 태어난 지 한 달여, A4용지 한 장 크기 케이지에 갇혀 지내는 산란계는 2년이면 수명을 다한다고 한다. 가까운 데서 조금씩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관광의 미래를 여는 길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 속에서 우리들의 행복한 여행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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