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예산 대부분이 어디서 나옵니까? 금융사들이 지불한 감독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운영되는 거 맞죠? 금감원의 역할이 금융사를 탈탈 털어서 무거운 징계를 주는 게 주 업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에게 이같이 질의했다. 김 의원은 “금감원이 금융사를 무조건 때려잡는 저승사자가 되기보다는 금융 발전을 위해서 조력자가 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게 지적한 것은 최근 금감원의 제재 결정들이 잘못됐다는 판단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금융 최고경영자에 대한 문책경고 처분 취소 결정이 있다. 법원은 DLF 손실 사태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내린 금융 당국 중징계를 취소한다는 1심 판결을 내렸고 금감원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서는 삼성생명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가 법 위반이 아니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대법원 판결로 종결된 키코 사태도 지난해 재이슈화시켜 금융사가 보상해주도록 압박했다. 모두 윤석헌 전 금감원장 시절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하에 진행된 것들이다.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금감원에서 금융위 안건소위에 올린 안건 중 2회 이상 부의된 안건은 37건에 이른다. 금융사 제재의 최종 책임자인 금융위도 금감원 안건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는 라임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 사태와 같은 민감한 내용의 금융사 제재안도 포함돼 있다.
금융 당국 수장들이 바뀐 지 어느덧 2개월이 지났다.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은 취임 후 금융시장 및 다른 기관들과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기대도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때리기’에 금융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르는 일은 멈춰야 한다”며 “과거를 들추는 감독이 아닌 금융시장 발전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금융 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감독 행정은 법과 원칙에 입각해야 합니다.” 이번 국감에서 정 원장도 강조한 말이다. 수장이 바뀔 때마다 같이 바뀌는 정책이 아닌 금융업의 본질인 신뢰를 기반으로 원칙에 충실한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