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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美 배터리 사용·노조설립 압박···충족 못하면 보조금 삭감 우려

■해외 악재 시달리는 기업들

美, UAW 노조있는 기업에만 보조금

美에 8조원 쏟고도 차별 받을 판

유럽·中도 외국기업 노골적 차별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 시달리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의 자국 중심 친환경 차 정책이라는 악재까지 맞아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로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각국이 탄소 중립을 명분으로 자국 전기차 시장의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의 장벽을 가장 높게 쌓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 의회는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에 속해 있는 노조가 있는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추가 보조금을 주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 공장에 노조가 조직된 곳은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뿐이며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테슬라·도요타·혼다 등의 공장에는 노조가 결성돼 있지 않다.

이 법안에 따르면 노조가 있는 공장에서 출시한 전기차는 기본 보조금 7,500달러에 4,500달러를 더한 1만 2,000달러를 지원받는다. 또 미국 내에서 만든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는 500달러를 추가로 지급한다. 보조금 총액이 1만 2,500달러에 달하지만 현 상태로라면 현대차·기아는 보조금에서 5,000달러가량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에 향후 5년간 74억 달러를 투자하고 현지 전기차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자칫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도 보조금에서 역차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또는 아이오닉6의 미국 현지 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법안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자국 자동차 3사에 특혜를 주겠다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시각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근 GM·포드·스텔란티스 등 자동차 업계 관계자를 백악관에 초청해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내수 시장 신차 중 절반을 친환경 차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독일 등이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협정 위반”이라며 해당 법안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노조의 입김이 워낙 강한데다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국도 자국 우선주의의 깃발을 올리고 있다. EU는 보조금 적용 전기차 가격을 낮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보호 장벽을 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자국산 전기차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현재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추가 보조금을 주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EU가 낮은 가격대의 전기차에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는 역진적 구조를 도입함으로서 주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가격 저감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중국과 달리 한국은 전기차 보조금에서 수입차 지급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내 전기차 브랜드 중 가장 많은 보조금을 지급받은 모델은 테슬라 모델Y와 모델3이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품귀에 현대차그룹의 차량 판매 대수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몇 년 후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되더라도 자국 전기차 산업을 키우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대차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현대차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3% 줄어든 28만 1,196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기아의 판매량도 22만 3,593대로 전년 대비 14.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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