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과 독일·프랑스 등 10개국 대사를 추방하라고 지시했다. 이들 국가가 터키에 수감 중인 반(反)정부 인사의 석방을 요구한 데 따른 조치다.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외무장관에게 가능한 한 일찍 이들 10개국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한다는 것은 해당 인물을 자국에 들이지 않거나 추방하겠다는 의미다. 에로도안 대통령은 또 “그들은 반드시 터키를 이해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면 터키를 떠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언급한 10개국은 미국과 독일·프랑스·덴마크·핀란드·캐나다·네덜란드·뉴질랜드·노르웨이·스웨덴이다. 지난 18일 터키에 주재하는 10개국 대사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수감 중인 반정부 인사 오스만 카발라의 석방을 요구하자, 이에 반발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추방 지시를 내린 것이다.
카발라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2017년 구속됐다가 2020년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으나, 석방 직후 재수감됐다. 당초 카발라를 비롯한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2013년 정부가 쇼핑센터 건립을 위해 이스탄불 도심의 탁심 광장 주변 게지 공원의 나무를 뽑아내려 하자 반대 시위에 나섰다. 이를 경찰이 강경 진압하면서 소규모 개발 반대 시위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산했다.
게지 공원 시위는 2개월가량 이어지면서 시위 참가자와 경찰관 등 8명이 숨졌고 수천 명이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2017년 카발라를 체포해 구속기소하고 가석방이 불가능한 가중처벌 종신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스탄불 법원은 지난해 2월 그를 포함한 피고인 9명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카발라를 석방하도록 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교도소를 나오자마자 2016년 쿠데타 시도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적용해 다시 체포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건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 이후 터키와 서방 국가 사이의 가장 깊은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노르웨이 외교부는 터키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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