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성별을 남성·여성이 아닌 ‘X’로 표시한 여권(사진)을 처음으로 발급했다. 이미 여권 성별란에 X 선택지를 제공한 캐나다·독일·호주·인도 등에 이어 미국도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조치로 미국 내에서 약 120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27일(현지 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남성도 여성도 아니고 간성(intersex)이거나 성별이 모호한 이들도 여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노력”이라며 발급 사실을 발표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새 여권 양식을 승인하고 나면 내년 초부터는 모든 여권 발급 또는 갱신 희망자가 X 표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X 성별 표기 여권을 처음으로 발급받은 이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시민권 옹호 단체인 람다리걸은 지난 2015년부터 성별 표기 문제로 국무부와 소송을 벌인 데이나 짐이 첫 수혜자가 됐다고 밝혔다. 미 해군에 복무했던 짐은 이후 콜로라도대에 다니며 자신이 간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남성·여성으로 나뉘는 성별 표기를 거부해 여권 발급을 거부당한 바 있다. 짐은 성명을 통해 “봉투를 열고 새 여권을 꺼내 성별란에 X가 쓰여 있는 것을 보고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며 “6년이 걸렸지만 나를 남성이나 여성으로 규정하도록 강요하지 않는 정확한 여권을 갖게 돼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스타리카나 멕시코로 낚시 여행을 가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는 스스로를 여성도 남성도 아닌 이로 규정하는 이가 12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워싱턴DC를 비롯해 10개 이상의 주에서 출생증명서나 운전면허증 성별란에 X 선택지를 허용하고 있으나 연방 규정은 이를 뒷받침하는 의사의 진단서를 요구해 120만 명의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