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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CPTPP 가입으로 새 국제규범 주도해야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디지털 대전환·미중 패권전쟁 속

코로나, 글로벌 가치사슬 뒤흔들어

韓 한발 앞서 경제동반협정 맺으면

FTA 고도화·디지털무역 주도할 것





한국 정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할 의사가 정말 있기나 한 것일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보자.

2012년 가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18대 대선에서 격돌했다. 정치가 정책을 삼키면서 나라의 관심은 미래가 아닌 과거, 국제가 아닌 국내 이슈로 쏠렸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의 기회가 역사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대선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야만적 형국이 펼쳐졌다.

임기 말 이명박 정부가 고민 끝에 내놓은 카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었다. 광우병 선동과 한미 FTA 반대 시위로 국민적 피로감은 커져만 갔다. 미국 주도의 TPP에 참여해 일본과 FTA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결정이라 정부가 판단한 것이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통상교섭본부는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이전됐다. 차관 조직으로 위상이 격하된 통상교섭본부가 한중 FTA 협상에 인적 자원을 대거 투입하면서 TPP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리고 2013년 4월, 마지막 창립 멤버로 일본을 맞이한 미국이 마침내 TPP 신규 가입의 문을 걸어 잠갔다. 우리 정부가 TPP에 공식적인 관심을 표명한 시점은 2013년 11월 말, TPP 버스가 흙먼지를 날리며 정류장을 떠난 뒤였다.



2021년 가을, 대선 정국을 맞이한 한국에서 CPTPP 가입 문제가 본격 도마에 올랐다. 10년 전의 데자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로 끝나는 건 아닐지…. 임기 말 이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CPTPP에 꽂힌 이유가 궁금하다.

우선은 타이밍이 아닐까 싶다. 과거 TPP는 중국 견제 성격이 워낙 강했다. 하지만 지금의 CPTPP에는 도널드 트럼프의 탈퇴 결정으로 미국이라는 이름이 일단 지워졌다. 중국까지 최근 가입 신청서를 내면서 우리에게는 절호의 가입 타이밍이 온 것이다. 가정이지만 미국이 내년 중간선거 이후 CPTPP로 복귀한다면, 혹은 중국이 가입을 결국 포기하게 된다면, 우리의 입장도 10년 전 그때로 되돌아가지 않을까.

전략적 우위를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판단도 엿보인다. 미중이 분야별·지역별 네트워크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의 한발 앞선 CPTPP 가입은 향후 다양한 연계 협상에서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특히 영국과 중국·대만의 가입 신청에 이어 태국과 인도네시아·필리핀·코스타리카·유럽연합(EU) 등 많은 나라들이 관심을 보이는 현실은 선점 효과의 중요성을 예고하고 있다. CPTPP 가입을 통해 기존 FTA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디지털 무역과 환경·국영기업 등 새로운 국제 규범을 써나가는 데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디지털 대전환과 미중 패권 전쟁의 와중에 터진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글로벌 가치 사슬의 전면적인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최적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생산지 이전, 시장의 다변화, 공급자 전환 및 가치 사슬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문제는 공급망 교란이 기술이나 질병, 환경 변화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의 왜곡된 정책과 규제에 의해 야기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CPTPP와 같이 선진화된 네트워크의 핵심 멤버가 돼 정책 예측성을 높이고 가치 지향점을 함께 모색하면서 우리 기업의 가치 사슬 및 투자 설계와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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