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아파트보다도 비싼 과천 오피스텔 청약에 12만여 명이 몰리며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금만 무려 1조 2,000억 원 이상 몰렸다.
3일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청약 접수를 받은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은 89호실 모집에 12만 4,426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1,398 대 1을 기록했다. 역대 아파트 최고 청약 경쟁률 809.08 대 1을 기록했던 지난 4월 동탄역 디에트르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역대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무순위 청약 제외)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당 청약금이 1,0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청약금 규모만 1조 2,442억 6,000만 원에 이른다.
해당 오피스텔은 입주자 모집 공고 당시부터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가장 물량이 많은 84㎡A 분양가가 16억 1,800만 원이며 펜트하우스인 84㎡PA와 84㎡PB가 각각 22억 원으로 책정됐다. 올 8월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분양된 린 파밀리에 아파트의 같은 면적 분양가에 비해 2배 높다. 오피스텔의 낮은 전용률을 감안해 실사용 면적이 비슷한 인근 과천위버필드 아파트 전용 60㎡(26평)의 최고 거래가(16억 2,500만 원)와 맞먹는다. 주택법이 적용되는 아파트와 달리 건축법을 적용받는 오피스텔은 분양가상한제를 지켜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12만여 명이 몰린 것은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준강남급 초역세권 입지인 데다 3~4인 가족이 실거주할 수 있는 중형에 중도금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100실 미만으로 등기 전 전매가 가능해 당첨만 되면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명의 이전하려는 투기 수요까지 몰려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청약 접수를 받은 ‘신길 AK 푸르지오(96실)’ 오피스텔도 청약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며 접수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기까지 했다. 이에 시행사 측은 접수 마감 시간을 오후 5시에서 자정까지로 연장했다. 신길 AK 푸르지오는 이달 서울의 유일한 분양 단지로 역시 전매 가능한 아파텔 상품이다. 지난달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과 비슷한 조건으로 분양한 ‘라포르테 블랑 서현(95호실)’도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지만 서현역 초역세권 입지에 전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에 평균 경쟁률 75 대 1로 전 타입 마감됐다. 라포르테 블랑 서현은 로열층, 로열 호수 기준으로 최고 5,000만 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가 되고 있다.
신축 오피스텔의 완판 행렬에 기축 오피스텔의 몸값도 높아져 평균 매매가격은 아파트를 넘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9월 서울의 전용 85㎡ 초과 오피스텔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 원을 넘어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이 입지나 규모에 따라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보다 청약·대출·전매 규제가 느슨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앞으로 오피스텔 가운데서도 대단지·브랜드·규모 등을 기준으로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비브랜드에 비역세권, 기축 오피스텔은 매각이 쉽지 않아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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