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이라고 불리는 반포 주공 1단지 재건축. 현재 주민들의 이주가 한창이다. 새롭게 지어지는 아파트 단지 내에는 실내 워터파크, 아이스링크, 오페라 하우스 등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고급 편의 시설’까지 들어올 예정이다.
이런 고급 아파트가 들어설 재건축 지역 가운데 정비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노후 주상복합 한 채가 있다. 한신 종합상가와 한신 아파트다. 한신 종합상가가 반포 주공 1단지 정비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사연과 반포1,2,4주구 편입 가능성을 ‘집슐랭 흥신소’가 알아봤다.
재건축에 포함되지 않은 47년 된 노후 주상복합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한신 종합상가와 한신 아파트는 아파트 2개 동이 한신 종합상가로 연결돼 있는 구조로 지하 2층, 지하 1층, 1층은 상가, 지상 2층부터 5층까지는 거주 공간인 아파트로 구성된 주상복합의 형태를 띄고 있다. 과거 한신 종합상가는 다양한 수입 제품을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100여개의 상점들이 종합 품목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한신 종합상가는 종합쇼핑몰과 같은 곳으로 주민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한신 종합상가 주상복합은 반포 주공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또한 연식도 비슷해 이 지역을 모르는 이들이 봤을 땐 같은 단지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렇듯 비슷한 면을 많이 가지고 있는 두 아파트 단지이지만 이번 재건축으로 인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바로 한신 종합상가 주상복합이 반포 1,2,4주구 주택 정비사업에서 제외된 것. 반포 주공 1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서 공개한 위치도와 배치도에서도 한신 종합상가 건물은 정비계획에서 빠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포 주공 아파트, 교통, 학군, 환경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아파트
반포주공아파트는 대한주택공사가 건설한 최초의 대단지 주공아파트다. 여의도에 이어 두번째로 조성된 신도시로 반포주공은 총 207동 7,906가구에 달하며 당시 국내 아파트 역사상 가장 대규모 단지였다. 그 중 1단지는 구반포역을 사이에 두고 1,2,4주구와 3주구로 나뉘어져 있다.
반포주공아파트는 입지면에서도 월등한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어느 동이든 도보로 구반포역, 신반포역, 동작역에 접근 가능하며 고속터미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도 버스 두 정거장 거리로 가까운 편에 속한다. 또한 한강공원을 걸어서 갈 수 있다는 것과 주변 명문 학군이 형성돼 있다는 점도 단지의 큰 장점으로 꼽힌다.
반포주공은 차례로 재건축을 추진했다. 반포주공 2단지는 반포래미안퍼스티지로, 3단지는 반포자이로 이름을 달리해 2009년 재건축이 완료됐다. 마지막 남은 1단지는 1,2,4주구와 3주구로 나뉘어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1,2,4주구는 현대건설이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로 3주구는 삼성물산이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으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반포주공 1단지 매물의 시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반포주공 1단지의 전용 140㎡는 지난 7월 55억원에 거래됐고 10월 기준 63억원에 각각 거래됐다. 부동산 상승기인데다가 재건축 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르며 집값이 거침없이 상승한 것이다.
한신주상복합의 반포 1,2,4 주구 편입? 독자 재건축 추진?
한신 종합상가 주상복합은 반포 2주구에 바로 붙어있어 학군, 교통, 환경 등의 입지를 공유하고 연식도 비슷하지만 가격 측면에서는 많이 뒤쳐져 있다. 실제로 한신 종합상가 주상복합의 전용 106㎡는 지난해 5월 기준 약 14억 9,000만원에 거래됐다. 전 평형대에 걸쳐 지난해 5월 이후 거래 건이 없는 것으로 보아 단지를 찾는 관심도 적어보인다.
이대로 한신 종합상가를 제외하고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3주구마저 착공하는 내년 하반기가 되면 한신 아파트 주민들은 반포본동에 남은 유일한 주민이 될 예정이다. 한신 아파트 주민들은 “생활기반시설, 동사무소도 없는 넓은 공사장 한 가운데 40가구만 남게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신 종합상가가 반포 재건축에서 제외된 사연에 대해 서초구청 관계자 “아파트 재건축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아파트 단지가 하나의 정비구역이 돼 진행하는 것이며 한신 종합상가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정비구역 편입에 대한 논의가 없어 처음부터 정비계획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초기 단계에서 1,2,4주구와 함께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주민들의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한신 주상복합은 정비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신 주상복합 주민들은 여전히 재건축 의사가 없는 것일까? 한신 상가를 소유하고 있는 한 상인은 “저희도 이왕이면 같이 좀 해달라 그랬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가와 아파트가 함께 있어 내부적인 의견충돌로 단독 재건축 진행이 어려운 상태이니 반포 1,2,4주구 정비사업지역으로 편입해 함께 재건축을 진행하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 한신 종합상가 측 대표와 한신 아파트 측 대표를 공동대표로 하는 재건축 추진위원회도 얼마 전에 구성됐다.
하지만 1,2,4주구 주민들의 이주가 80%이상 진행된 현 시점에 한신 주상복합이 반포 주공 재건축 정비구역에 편입되는 것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1,2,4주구 조합에서 의지가 있다면 안 될 것은 아니지만 올 초까지만 해도 조합은 의지가 없었다”며 “1,2,4주구에 편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