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현정택의 세상보기] 재난지원금 빚잔치가 벌어진다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與 대선후보 추가 지급 주장하지만

국방예산의 절반 달하는 26조 써야

세계적으로도 현금지원책 이미 중단

정부 고삐 못 죄면 빚잔치 불보듯





설마설마했는데 재난지원금 얘기가 또 나왔다. 지난번 25만 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정했을 때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제발 더는 없어야 한다고 썼었다.

이번에는 여당 대선 후보가 모든 국민에게 30∼50만 원씩 주자고 발동을 걸었다. 당과 재정 당국이 협의할 사항이라고 슬쩍 넘기는 모양새를 갖추자 원내대표가 “후보가 던진 화두는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답했고 당 대표도 추가 세수를 활용할 수 있다고 지원 사격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는 내년 대선 전후가 될 것이다. 후보 공약은 당선돼 취임 이후 이행하는 게 보통인데 이 재난지원금은 사전에 시행하는 공약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드는 돈은 16∼26조 원이나 된다.

연간 문화·체육·관광 예산이 10조 원 미만이며 환경 예산이 12조 원이다. 나라를 지키는 한 해 국방 예산이 52조 원인데 그 절반의 돈을 한 번에 뿌리는 조치다.

지난번 재난지원금은 “온 국민이 으쌰 으쌰 힘을 내자”는 국민 사기 진작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해 이뤄졌다. 이번에도 국민 위로 차원에서 주자고 한다. 다만 주체가 대선 후보로 바뀌었다. 나라 지도자가 힘을 북돋자고 할 때마다 돈을 나눠준다니 행복한 국민일 성싶은데 실은 세금이자 빚이다.



지금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것은 국내외적 상황과 도무지 맞지 않는다. 정부는 한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코로나19를 극복했다고 자랑하고 이달부터는 일상으로 복귀한다고도 했다. 재난지원금을 줘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에게는 4차, 5차 등 횟수를 세보기도 어려운 지원책이 펼쳐졌다. 전 국민에게 따로 돈 풀 이유가 없다. 세계적으로도 일괄적인 코로나19 현금 지원책을 중단한 지 이미 오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정치권의 재난지원금에 제동을 걸어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본인으로서는 사의까지 표명하며 노력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이번은 사정이 또 다르다. 재정 책임자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적극적인 조치나 의사표시가 관건이 되는 상황이라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추경을 통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기재부가 추경 예산안을 만들어 국회에 내야 한다. 법률이 정한 추경 요건은 전쟁,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규모 실업과 같은 중대한 일이 생겨 확정된 예산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다. 여러 차례 지원과 손실 보상 대책을 확정·시행한 정부가 ‘국민 위로금’을 추경으로 할 수는 없다. 연말에 빚내서 해야 할 일은 더욱 아니다.

내년도 본예산에 재난지원금을 넣는 방안도 문제가 크다. 현재의 지출 항목을 삭감해 충당하기에는 우선순위로 볼 때 맞지 않고 소요 규모도 너무 크다. 필연적으로 예산 규모를 증액해야 하는데 헌법 제57조에 따른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곤 본예산 증액 사례가 거의 없다. 국민 위로금 때문에 정부가 증액에 동의해준다면 역사에 남을 것이다.

재난지원금은 이미 국가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가 국민 88%에게만 주자고 결정했는데 경기도와 충남도에서는 나머지 12%까지도 지급했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은 차치하고라도 국가정책 결정과 통치 체계에 물음표를 던지는 일이다. 국가보조금과 교부금을 나눠주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자제하는 것이 맞는데 아쉽다”고밖에 말하지 못할 정도로 지방의 일탈이 심하다. 내년엔 3월 대선뿐 아니라 6월 지자체 선거가 있다. 정부가 고삐를 못 죄면 곳곳의 광역·기초단체에서도 재난지원금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빚잔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