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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목욕탕에서 들려오는 장작소리…다시 달아오를 수 있을까

설치작가 한원석, 폐스피커 1,886개 신작

복합문화공간 '금호 알베르' 29일까지 전시

건물 가운데가 3개층 높이로 뚫린 금호 알베르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한 한원석의 폐스피커 설치작품 '데이브레이크'의 하단부. /사진제공=ACC




촘촘히 쌓아올린 벽돌마저 낡아버린 건물. 20년 가까이 목욕탕으로 쓰이며 한때는 드나드는 사람들로 북적였으나 지금은 버려진 곳. 어둑한 그 안에서 ‘타닥타닥’ 장작 타들어 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곳이 다시 데워지고 달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의 소리일까.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무렵 비로소 소리의 진원지인 높이 7m 설치작품이 보이기 시작한다. 3인치짜리 버려진 스피커 1,886개를 모아 기념비처럼 쌓아올린 설치작가 한원석의 ‘데이브레이크(Daybreak·새벽)’. 쓸모를 다 한 자동차 헤드라이트 1,374개를 모아 첨성대 형태의 ‘환생’(2006)을 만들고, 용도 폐기된 스피커 3,088개를 모아 성덕대왕신종 모습의 ‘형연’(2008)으로 재현했던 작가가 다시금 버려진 것들에 새 숨결을 불어넣었다. 전시장은 지난 4월 플로리스트들의 꽃 설치작업과 함께 개관한 서울 성동구 금호동4가의 복합문화공간 ‘금호 알베르’다. 예술의 힘으로 건물은 물론 지역 커뮤니티에도 활기를 더하려는 취지로, 이곳에서는 전시 외에도 소규모 공연들이 진행된다.

건물 가운데가 3개층 높이로 뚫린 금호 알베르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한 한원석의 폐스피커 설치작품 '데이브레이크'의 하단부. /사진제공=ACC




작품 ‘데이브레이크’는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3개 층을 관통하는 건물 중앙의 여백공간을 차지했다. 비움의 미학과 보이지 않는 소리의 채움이 교차한다. 입구 층에서는 올려다보며 스피커작품 전체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고, 맞은 편에 놓인 거울을 통해 또한번 작품을 대면하기도 한다. 벽을 따라 이리저리 울리는 소리의 공명, 어둑한 공간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거울로도 마주하는 이미지의 중첩이 독특한 감각을 일깨운다.

음악은 독일에서 작곡과 전자음악을 전공한 양용준 작곡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작곡한 작품이다. 소리가 공간 전체를 헤엄치듯 떠다니며 한 폭의 작품을 이루니, 이번 전시에서 그는 작곡가이자 ‘소리로 그리는 화가’인 셈이다.

작가 한원석이 폐스피커 설치작업 신작을 선보인 금호 알베르 전경. /사진제공=ACC


전시를 이끈 문화기획사 ACC의 윤보용 대표는 “버려진 공간에서 버려진 것들을 재료로 한 작품을 통해, 결핍이 결핍된 모순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색다른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고자 했다”면서 “사람들은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만 궁극적으로는 상대의 결핍을 채워주듯, 작가는 결핍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나눠주려 한다”고 소개했다. 금호 알베르는 월~수요일은 쉬고 목~일요일 오후 1~6시에만 운영된다. 전시는 무료이며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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