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서 성장의 힘은 뚝 떨어지고 나랏빚은 급증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점점 공고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30년부터 2060년까지 한국의 1인당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특단의 대응이 없을 경우 연간 0.8%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2000~2007년 연간 3.8%였던 잠재 GDP 성장률이 2007~2020년 2.8%로 떨어진 데 이어 2020~2030년 1.9%로 내려앉고 이후 0%대로 추락한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우리의 성장률이 OECD 38개국 평균(1.1%)을 밑도는 것은 물론 캐나다와 공동 꼴찌가 된다는 점이다. 우리의 성장 능력이 경쟁국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경제 체질은 갈수록 허약해지는데 정부가 근본 처방 없이 링거로 일시 부양을 거듭하다 보니 나랏빚이 급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한국의 일반 정부(국가 채무+비영리 공공 기관) 부채는 GDP 대비 66.7%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말 51.3%에서 5년 만에 15.4%포인트나 수직 상승한다. 이 같은 증가 폭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에서 가장 크다. 같은 기간 선진국의 평균 부채 비율은 118.6%로 3.0%포인트 내려간다. 게다가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국가 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빚 불감증’에 빠져 있다.
나라 곳간이 텅 비어가는데도 여야 정치권은 돈 풀기 경쟁에 여념이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기본소득·기본주택 공약에 이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카드까지 꺼내는 등 툭하면 나라 곳간에 기대는 재정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올해 적자 국채 발행 규모가 104조 원에 달하는데도 ‘초과 세수’를 운운하며 20만~25만 원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이제 많은 국민들도 재난지원금 지급이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는 매표 행위’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5~6일 전국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 국민 지원금 지급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0.1%에 이르렀다. 이런데도 야당마저 손쉽게 선심 경쟁에 뛰어들고 있으니 암담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새 정부 출범 후 100일 동안 50조 원을 투입해 자영업자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선별 보상’이라는 점에서 여당과 결이 다르지만 구체적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섣불리 대폭 지원 방안을 밝힌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단순 지표로는 자각하기 힘들 만큼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전통 주력 산업은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 축소로 생존조차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고 이를 대체할 신산업은 규제의 덫에 빠져 태동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의 경제 현실에 대해 냉정한 진단과 함께 노동시장 개혁과 생산성 향상 등 중장기 처방전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특히 여야 대선 주자들은 포퓰리즘 유혹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위한 구체적 비전과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글로벌 패권 전쟁이 격화되는 시대이므로 차기 지도자의 리더십과 국민들의 선택에 나라의 운명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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