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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통일중국 황제' 꿈꾸는 시진핑…'태평양의 보루' 지키려는 바이든

■신냉전 화약고로 떠오른 대만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中, 외교 고립시키고 경제의존성 강화

대만 독립 막고 하나의 중국 원했지만

차이잉원 집권 후 해빙 무드 가라앉아

최근 들어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이 크게 고조되면서 해일이 닥칠까 우려되고 있다. 중국군의 대만 공격과 미중 군사적 충돌설이 나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당분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대만 통일 문제는 역사적, 냉전적, 미중 패권 경쟁 문제와 결부돼 있어 미묘하고 복잡하다. 중국이 현재의 현상을 변경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지는 못했다. 다만 대만 문제는 21세기 전반기 내내 동아시아 안보와 세계 패권의 향배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으로 남을 것이다.

대만이 중국 대륙의 행정 체제에 편입된 것은 지난 1662년 명나라의 장군 정청공이 청나라에 밀려 대만을 점령하면서부터다. 그 이전에는 네덜란드인이 1624년부터 통치했다. 대만은 청나라군이 1683년 대만을 점령하면서 청에 복속됐다. 청이 1895년 청일전쟁에서 패하자 일본에 할양돼 1945년까지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다. 그리고 국공내전에서 패퇴한 국민당군이 1949년 대만에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라는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고 1971년 유엔에서 축출될 때까지 중국을 대표했다.

그간 중국 대륙과 대만 사이에는 세 차례의 주요 군사적 충돌이 있었다. 1954~1955년 해안 섬 공격, 1958년 8~11월 포격전, 1995~1996년 대만 선거 개입전 등이다. 장제스 치하의 대만 당국은 불접촉(不接觸), 불담판(不談判), 불타협(不妥協)의 3불 정책을 유지했다. 그러나 장징궈 시절부터 점차 중국과 소통을 시작했다. 특히 1992년 중국과 대만 당국의 지원을 받는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교류기금회 사이에서 소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해석은 각자 알아서 하자는 9·2 공식을 만들어냈다. 중국은 이를 중국 주도의 통일 원칙과 합의로써 주장하고 있고 대만은 중국 주도의 원칙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민진당 계열은 이 자체가 합의였다는 것을 부인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대체로 ‘하나의 중국’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그 하나의 중국이 어느 일방을 지칭하는지에 대해서는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이는 미중 간에 합의한 ‘하나의 중국’ 원칙 본래의 취지에 위반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21세기 들어 대만을 군사적으로 직접 압박하기보다는 미국을 통해 대만이 미중 간의 갈등 변수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이는 미중 간에 전략적 협력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가능한 전략이었다. 미국은 2005년 중국을 지역 이해상관자(stakeholder)로 예우했다. 반면 중국은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해 대만이 독립을 추구할 경우에는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는 대만의 독립 행보를 막으면서도 국내 반발을 완화하고 대만에 대해 보다 장기적인 관여 정책을 펼치겠다는 정책으로 해석됐다. 2008년 국민당의 마잉주가 총통이 되자 양안 관계는 인적 교류, 무역 등에서 급속도로 개선됐다. 이러한 접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만 정치대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2009년을 기점으로 대만인이라는 정체성이 대만인이자 중국인이라는 이중 정체성을 능가했고 그 격차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통일과는 거리가 먼 원심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외교적으로는 대만을 고립시키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대륙에 대한 의존성을 강화시켜 평화적인 방식으로 통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결과 2020년 현재 중국은 대만 무역의 26.3%를 점유할 정도로 최대 무역 국가가 됐다. 그리고 중국은 대만 수입의 22.2%를 차지했다. 시진핑 치하에서 양안 통일을 오는 2035년까지 달성한다는 시나리오가 널리 회자되기도 했었다.

미중경쟁 거세지며 대만 중요성 커져

양국 갈등 비집고 美 반도체동맹 추진

민주주의 연대 통해 中 세력확장 억제



中, 혼란 속 대만 독립추진할까 조바심

2016년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집권하고 9·2 공식을 거부하자 양안의 일시적인 해빙 무드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더구나 2017년 집권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전략 경쟁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양안 문제 역시 미중 간 협력의 사안에서 점차 경쟁의 사안으로 전환됐다. 미국은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선언한 대만 문제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공연하게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국 고위급 관리들의 대만 방문은 물론이고 무기 수출도 대폭 증대시켰다. 2019년부터 시작된 홍콩 민주화 사태와 2020년 중국의 국가안전법 제정은 ‘일국 양제’에 입각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추진하던 중국의 통일 논리를 무력화시켰다. 2020년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만인 중 73%가 중국은 더 이상 대만의 친구가 아니라고 응답했다. 이는 전년보다 1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RAND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전반적인 군사력 우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그간 A2AD 전략을 통해 미군이 실제 양안 간 문제에 개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군사 역량을 강화했다. 중국이 개발한 DF-17, DF-21D, DF-26 미사일 등은 일본·대만·필리핀으로 연결된 제1도련선 안으로 미군 항모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 양안 간의 군사 균형 역시 중국 측에 유리하게 기운 지 오래다.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는 대만의 전략적 지위를 크게 제고시켰다. 민주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을 억제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정책은 민주국가인 대만의 가치를 높였다. 지정학적으로도 대만은 미국 태평양 방어선의 핵심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현 미중 전략 경쟁에서는 군사적 충돌보다는 핵심 산업 능력과 기술 분야에서의 경쟁이 최전선을 형성한다. 미국은 미래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동맹을 구축해 중국을 압박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쌍순환 전략 채택을 통해 자립 경제와 핵심 기술을 강화하고 미국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면서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대만을 안는 국가가 향후 미중 전략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대만은 미국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중국은 대만이 이 기회를 틈타 독립을 추진할 것을 크게 두려워하면서 조바심을 내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계속 나도는 이유다.

中, 대만 침공·미중 군사충돌설까지…

양국 국내정치 우선하며 가능성 적지만

주변국들도 '中패권'에 견제 수위 높여

바이든 행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해 중국과의 과도한 충돌을 회피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처럼 장기전으로 임하면서 우방을 동원해 중국을 점차 압박하는 미국식 바둑 전략을 채택했다. 중국으로서도 바이든의 미국이 최악의 미중 충돌을 야기할 상황으로 몰고 가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섰다. 이번에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19차 6중전회는 중국 역사상 세 번째로 ‘역사결의’를 발의했다. 이는 2022년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이 장기 집권을 추인받는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바이든의 민주당은 국내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리고 있고 내년에 개최될 중간선거가 최대의 관심사이다. 미중 모두 현재로서는 국내 정치 일정이 우선이고 불필요한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 통일은 마오쩌둥도 이루지 못한 중국 공산당의 숙원 사업이다. 시진핑은 강력한 권력 집중을 통해 마오쩌둥을 넘어, 중국 통일을 이뤄 시황제에 버금가는 인물이 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간 전쟁을 하는 경우 그 규모와 결과의 불확실성은 현 상황에서 미중 어느 측에도 전쟁을 정책의 수단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통일을 위한 중국의 힘과 의지는 강해지고 있지만 대만의 민심은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 주변국들은 중국이 지배하는 동아시아·서태평양의 세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대만해협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지만 대중국 견제의 힘과 원심력도 커지고 있고 양안 통일의 길은 더 멀어만 보인다. 이 경우 현상 유지 정책이 현실적이다. 성을 먼저 쌓고 양곡을 축적해야만 밖으로 나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지금 중국은 양곡을 쌓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김흥규(金興圭).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며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외교부 외부혁신위원회 위원장, 국방부와 육군의 정책자문위원이다. 미중 관계, 중국 외교안보, 북중 관계, 동북아 국제정치 분야에서 300여 편의 글과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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