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서초구 한 회사에서 생수를 마시고 직원이 숨진 이른바 ‘생수병 사건’을 이 회사 직원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30대 피의자 강모씨의 살인·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사 불만에 따라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강씨가 근무하던 회사의 팀장 A씨와 직원 B씨는 책상에 올려진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신 뒤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B씨는 회복해 퇴원했으나 A씨는 지난 23일 끝내 숨졌다.
직장동료인 강씨는 사건 발생 이튿날 자택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숨진 강씨에게선 피해 직원들의 혈액에서 나온 것과 같은 독극물이 검출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범행에 쓰인 것과 동일한 독극물을 구매한 강씨의 인터넷 기록을 확보하고, 해당 성분의 독극물 용기를 강씨 자택에서 발견하는 등 강씨의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했다.
하지만 강씨가 범행 동기를 특정할만한 별다른 단서를 남기지 않고 사망함에 따라 범행 동기 파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강씨가 평소 지방 인사 발령 가능성을 듣고 불만을 품었을 수 있다”, “잦은 업무 지적에 불만이 있어 보였다” 등 진술을 확보한 데 이어 강씨의 범행 동기를 추정할 수 있는 메모를 강씨의 사무실 책상에서 발견했다. 발견한 메모에는 “짜증 난다”, “제거해버려야겠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공범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왔지만, 지금까지 나온 증거들이 강씨를 가리키고 있어 수사를 계속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판단 아래 이번 사건을 강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짓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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