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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이재명의 청출어람론이 놓친 것





“문재인 정부가 무슨 유산을 남겨줬는지 모르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오랜 측근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여론이 최근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며 어느덧 60%에 이르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부담감을 동시에 토로한 것으로 느껴졌다.

정권교체 여론을 누그러트리지 않으면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느낀 탓일까. 이재명 후보는 최근 청출어람론을 띄우는데 열중이다. 이 후보는 선대위 모두 발언에서 “문재인 정부의 빛과 그림자 역시 온전히 저의 몫이다. 잘못은 고치고 부족한 건 채우고, 필요한 것은 더해 청출어람 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향한 공개 비판에도 시동을 걸었다.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서는 "따뜻한 방안 책상에서 정책 결정을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 같은 행보에도 이재명 특유의 진솔함보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거친 발언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직설 화법에 익숙한 2030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홍남기 부총리에 대한 공개 비판은 경기지사 때부터 충분히 해왔던 일이다. 부동산 정책 비판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의 속사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직설적인 비판은 정치적 자살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최측근 인사는 “현실적으로는 대통령 개인은 잘못이 없고, 정책을 실행한 관료들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수밖에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측근들 사이에서는 청와대가 이 후보의 차별화 행보에 협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내비치는 것도 부담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정권 교체 여론을 잠재우고 싶다면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반성이 우선이다.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빛과 그림자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특유의 사이다 화법으로 조목조목 밝혀보는 것도 방법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 5년 가까이 정부·여당이 보인 진영 논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함께 인적 쇄신 등 근본 해결책도 동반돼야 한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 후 민주당이 실시한 심층면접조사에서 민주당을 의인화해 달라는 질문에 국민들은 “독단적이며 말만 잘하고 겉과 속이 다른 40~50대 남성”이라고 답했다. 청출어람, 그 시작의 지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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