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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없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설익은 공약 판친다

여야 대선후보, 親암호화폐 공약 내세워

업계 목소리 담기보단, 젊은층 표심 잡기용

업계 "산업에 대한 고민 없는 공약 남발" 비판

하지만 업계 '스피커' 부재, 자성의 목소리도

출처=셔터스톡




“총대를 메고 업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의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이 주도하는 업권법 제정과 과세 연기, 공제한도 상향 등을 바라보며 이같이 탄식했다. 하나같이 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사안들이지만 자신들의 목소리보다는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스피커’가 부재한 탓인데,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정치권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젊은 세대의 표심을 잡으려는 친(親) 암호화폐 공약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5일 디지털자산박람회(DAXPO) 2021 영상 축사에서 암호화폐 과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1월1일로 정해진 과세 시점을 무기한 늦추자는 것이다. 윤 후보는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 정부 역시 시장의 변화와 흐름에 맞춰 디지털 경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암호화폐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히 이뤄질 때까지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한발 더 나갔다. 과세 유예는 물론 부동산 초과 이익을 기반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해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자고 제안했다. 국가 차원의 암호화폐를 만들자는 것이다.



여야 대선후보의 친(親)암호화폐 공약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산업 발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당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해외에서 업계 전문가들이 트위터 계정 등을 통해 활발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의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최종 통과된 인프라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모았다. 인프라법은 미국의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약 1조 달러의 세수 확보를 목표로 하는 법으로, 암호화폐 사업자에 세금을 부과해 280억 달러의 세금을 걷는 내용도 포함한다. 전세계 암호화폐 시총 6위 카르다노 에이다(ADA)의 창시자 찰스 호스킨슨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인프라법을 보니 정부가 블록체인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 없이 규제를 하려고 하는 게 확실해졌다”며 “이런 재앙적인 법인 통과되면 코인 센터 등 다른 업계 사람들과 협력해 법에서 지칭하고 있는 과세 대상이 정확히 누구인지 명확히 하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내 전문가들이 공개적인 의견 표명을 주저하는 것은 암호화폐 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한 블록체인 메인넷 운영사 대표는 “우리나라 정부는 암호화폐를 계속해서 조이고 있기 때문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럽다”며 “트위터 계정 등을 사용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탈중앙화 정신을 기반으로 한 업계의 특성상 업계 관계자들이 정치 논의에 참여할 인센티브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명을 공개하고 의견을 표명하는 순간 비난이나 업계 경쟁자들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며 “누군가 목소리를 크게 내는 순간 ‘왜 우리를 대표하냐’는 불만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문가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그 빈 자리를 검증 받지 않은 일명 ‘코인 유튜버’들이 채운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투자 상황을 공유하고 투자 종목을 추천해 수 십만 명의 구독자를 끌어 모았다. 높은 비율의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한 해외거래소 선물투자를 유도하기도 한다. 업계의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에 의해 업계가 고사한다고 우려하면서도 누구도 나서길 주저하는 모습”이라며 “국내 업계를 대변할 스피커가 나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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