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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아트레터]올가을 뉴욕경매의 새 기록들

프리다칼로,마크로스코 작가기록 경신

뉴욕 메인 경매시즌, 미술시장 트렌드 확인

이혼,사망,빚…3D 덕분에 귀한 작품 경매에

16일(현지시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3,490만 달러(약 413억원)에 팔려 작가 최고가는 물론 라틴아메리카 미술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프리다 칼로의 '디에고와 나'




멕시코 태생의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가 1949년에 그린 마지막 자화상 ‘디에고와 나’가 16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490만달러(약 413억만원)에 낙찰됐다. 작가 최고가 기록이자 라틴아메리카 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직전까지 라틴아메리카 경매 최고가는 지난 2018년 980만 달러에 팔린, 칼로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 ‘경쟁자들’이었다. 생전에 칼로는 리베라의 불륜으로 괴로워했고 그 고통이 자화상에 투영되곤 했다.

뉴욕의 가을경매 시즌이다. 봄과 가을에 각각 열리는 메인 경매는 미술계의 휴식기인 한여름과 연말을 앞두고 미술 시장 트렌드를 비롯한 내년 시장 전망을 대략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라쉬드 존슨의 작품.


크리스티(Christie’s)는 지난 9일 ‘21세기미술 이브닝 세일’을 시작으로 다양한 경매를 진행했다. 특히 이날 경매에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기 위한 모금으로 출품된 작품들이 흥미로웠다. 환경 보호 단체를 위해 작가 라시드 존슨과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가 기부한 일명 ‘멍 그림’인 ‘Or Down You Fall’이 예상가 65만 달러의 3배가 넘는 255만 달러(약 30억 원)에 낙찰됐다. 에이즈 예방 단체를 위해 니콜라스 파티가 기부한 ‘풍경화’는 예상가 30만 달러의 10배를 웃도는 327만 달러(약 40억 원)에 낙찰돼 주목 받았다. 이날 이브닝 세일의 주요 출품작으로 소개된 뱅크시의 ‘Sunflowers from Petrol Station’은 1,455만달러(약 171억원)에, 장 미셸 바스키아의 거대한 페인팅 ‘The Guilt of Gold Teeth’는 4,000만 달러 (한화 약 473억 원)에 낙찰됐다. 뱅크시와 바스키아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출품된 장 미셀 바스키아의 초대형 작품.


대형 경매사들이 유명 컬렉터의 컬렉션 자체를 출품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일단 크리스티는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품들을 대거 소장했던 텍사스의 석유 재벌 에드윈 L.콕스(1921~2020)의 컬렉션을 내놓았다. 11일에 진행된 ‘콕스 컬렉션’ 세일에는 쿠스타브 칼리보테,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작품들이 출품됐다. 칼리보테의 작품 ‘Jeune homme a sa fenetre’는 남동생 르네가 파리의 아파트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뒷모습을 묘사한 것이며, 작가의 전성기 걸작 중 하나였기에 경합 속에 약 5,300만 달러(약 600억 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반 고흐의 풍경화 ‘Cabanes de bois parmi les oliviers et cypres’는 약 7,100만 달러(약 800억 원), 폴 세잔의 풍경화 ‘L’Estaque aux toits rouges’는 약 5,500만 달러(약650억 원)에 낙찰됐다. ‘콕스 컬렉션’ 출품작 25점의 낙찰률은 100%였다.

석유재벌 에드윈 L.콕스가 소장했던 쿠스타브 칼리보테의 작품. 약 600억원에 팔렸다.




소더비는 15일 ‘이혼’으로 촉발된 맥클로이 컬렉션 경매로 문을 열었다. 뉴욕의 억만장자 부동산 개발업자인 해리 매클로이와 전 부인 린다 버그의 2조 달러가 넘는 이혼소송에서 비롯된 경매다. 미술계에는 ‘3D’ 즉 빚(Debt), 이혼(Divorce), 사망(Death)로 인해 경매가 진행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를 확인시켜주는 자리였기에 더 주목 받았다. ‘맥클로이 컬렉션’에는 20세기 중후반 걸작들이 포함돼 있다. 추상 색면화로 널리 알려진 마크 로스코의 작품 No.7을 시작으로 사이 톰블리, 윌리엄 드 쿠닝, 알베르토 자코메티, 필립 거스통 등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거장들의 걸작이 대거 출품됐다. 로스코의 작품 ‘No.7’은 6,200만 달러를 시작가로 홍콩의 입찰자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뉴욕의 입찰자에게 7,750만 달러(약 915억 원)에 팔렸고, 작가의 최고가 경매 기록이 됐다.

마크 로스코의 'No.7'


윌리엄 드 쿠닝의 1977년작 ‘Untitled XXXIII’가 예상가의 두 배인 2,439만 달러(약 288억 원)에 낙찰됐고,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 ‘Le Nez’는 6,800만 달러(약 800억 원)에 홍콩의 입찰자에게 팔렸다.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은 다음날 경매에 오른 작품이었고, 추정가는 약 400~600억 원이다.

또다른 경매회사 필립스는 17일 20세기와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을 시작으로 메인 시즌을 가동했다. 젊은 컬렉터 층을 타깃으로 하는 경매 회사답게 출품작들 또한 크리스티와 소더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예상가를 제시했다. 이브닝 세일에는 현재 가장 트렌디한 작가 에밀리 매 스미스, 에바 유스키에비츠, 사라 휴즈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코로나가 아직 완전히 종식되진 않았지만, 뉴욕 미술 시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한편에서는 “메가 갤러리에서 미술 기관들만 살 수 있는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수요가 일반 개인 컬렉터도 입찰할 수 있는 경매 회사로 몰리면서 낙찰 가격에 거품이 형성되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의 목소리도 들렸다. /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하며 뉴욕이 터전이 되었기에 여전히 그곳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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