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 칼럼]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주간”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공화당 하원의원 13명 설득 성공

1.2조弗'인프라 예산' 의회 통과

재정적자 크게 우려할 수준 아냐

'더 나은 재건 플랜' 마무리 지어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정책 과제 중 하나인 ‘인프라 예산 법안’이 공화당 하원의원 13명의 찬성표를 끌어내며 의회를 통과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고개를 든다. 만약 인프라 지출 법안이 대통령의 정치적 업적으로 간주될 만큼 중요하다면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임기 중 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6월 첫 ‘인프라 주간’을 선언하면서 기반시설 예산 처리를 공언했지만 관련 입법안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내쫓길 즈음 가시적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한 인프라 주간은 국민적 우스갯소리가 됐다. 왜 그랬을까.

무능이 부분적 이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금의 공화당은 미국의 미래에 투자할 만한 합헌적 역량을 갖추지 못했거나 위헌적일 만큼 무능하다. 서글픈 일이지만 민주당 내부의 일부 친기업 성향 의원들을 중도주의자로 부르는 것 또한 온당치 않다. 그들은 공화당의 사고방식을 공유한다.

트럼프는 2016년 선거전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노후한 기반시설을 개선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그의 보좌관들이 공개한 ‘플랜’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스케치에 불과했다. 물론 공공투자 계획과도 거리가 멀었다. 한마디로 트럼프 진영이 요란스레 떠벌린 기반시설 공약은 실효성이 전혀 없는 잠꼬대에 불과했다.

만약 트럼프가 진심으로 선거공약을 지키고 싶었다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제대로 알고 최소한 이를 법안으로 엮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했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과의 협치를 원치 않았고 미치 매코널을 비롯한 공화당 핵심 원내 인사들 역시 대형 인프라 투자를 한사코 반대했다.



공화당 원내 지도부가 인프라 투자안에 대해 그처럼 심하게 반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 이유는 추가 지출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공화당은 증세, 특히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에 심한 거부감을 보인다. 이뿐 아니라 자금 조달을 위한 정부의 추가 국채 발행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적자 정책은 예산 적자에 신경을 쓰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공화당은 소요 예산을 충당할 조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1조 9,00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감세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철강과 콘크리트 투자에 덧붙여 인적 투자에 초점을 맞춘 바이든의 ‘더 나은 재건 플랜’에 난색을 표한 한 줌 남짓한 민주당 의원들은 표결을 미룬 채 의회예산국(CBO)에 비용 평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그들은 기반시설 예산안의 일부 재원조달안이 불분명하다거나 CBO의 비용 평가가 수천억 달러의 추가 재정 적자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주의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사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낮은 금리를 감안하면 재정적자를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그들이 싫어하는 정부 프로그램의 실행을 막기 위해 선택적으로 적자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정치인들을 돌려세우지 못한다.

주류에 속한 공화당 의원들은 군비를 제외한 모든 지출에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이외의 지출은 ‘사회주의’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우파는 보통 시민들을 지원하는 모든 형태의 예산 지출을 사회주의로 규정한다. 사실 보수주의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새 정부의 프로그램 실패가 아니다. 그들은 새 정부의 프로그램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성공적이라고 인식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 경우 사회문제 해결에 정부의 역할 확대가 유용하다는 폭 넓은 공감대가 자리 잡게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태도를 감안하면 트럼프가 인프라 지출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화당을 우회해 민주당과 협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과의 협치를 원치 않았다. 안타깝게도 바이든의 재건 플랜을 좌초시킬지 모를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공화당과 뜻을 같이한다. 그들은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인프라에 투자하기를 원한다. 반면 인적 투자가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지출에 거부감을 보인다. 이유는 뭘까. 웨스트버지니아 출신 민주당 상원의원인 조 맨친은 미국이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는 사회’가 될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런 몰상식한 사고는 막대한 정치적·인적 대가를 초래한다. 트럼프가 4년간 처리하지 못했던 인프라 예산 법안의 의회 통과를 이끌어낸 바이든의 개가는 이념주의자들과 정실자본주의자들을 저지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보여준 실물 교육에 해당한다. 이제 민주당은 맡은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