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발표된 일본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1%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6.2%), 유로존(4.1%), 영국 (4.2%), 한국(3.2%) 등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고물가로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다른 나라와는 완전 딴판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기에 돈을 푸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55조 7,000억 엔(약 577조 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경제 대책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은 데는 코로나19 상황이 급속히 진정되고 있는 것도 한몫을 한다. 지난 8월 2만 5,000명을 넘겼던 일본의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200명대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는 유럽이 경제 재봉쇄 여부를 검토 중인 것과 대비돼 ‘일본 미스터리’라는 말까지 나온다.
일본의 저물가는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의 부작용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저임금이 저물가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2020년 기준 일본 임금은 30년 전과 비교해 4.4%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은 저축에 집중하고 있다. 닛케이는 저임금 등 불안정한 고용 상황을 방치할 경우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물가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한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일본 기업이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미즈호리서치는 “일본에서 수요 견인형 물가 상승은 쉽지 않다”며 “임금 인상이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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