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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임기 말 정권의 허무한 외교정책, 종전선언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한국전 참전국이 다 원해도

미국이 반대하면 결국 허상

"가짜 평화일 뿐·순서 틀렸다"

맹국 쓴소리 다시 살펴봐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지만 임기 초반 국민들은 ‘외교는 잘한다’고 평가한 바 있었다. 임기 초 문재인 정부는 대북한 유화정책으로 북한의 환심을 샀고 북한은 이에 화답했다. 이미 물 건너간 먼 옛날이야기가 돼버렸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지도 모르며 그렇게 되는 날 한반도에는 진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환상도 난무했다. 지난 2018년 4월 27일 있었던 남북한 판문점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라는 환상의 절정을 이뤘다. 국제정치 및 북한 정권의 본질을 잘 알지 못하는 국민들은 ‘정권이 바뀌니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왔다’며 환호했다. 북한의 환심을 산 문재인 정부는 차제에 보다 독립적인 대미 정책을 추구한다는 명분하에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환수에도 노력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이미 불가능한 상태가 됐지만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이라도 이뤄내려고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임기 말의 정부가 벌이는 이 노력은 애처롭고 허무하다. 종전 선언 그 자체가 공허하기 짝이 없는 것인데 그것을 추구하고 있으니 허무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며 종전 선언의 관건을 쥐고 있는 나라가 미국인데 미국은 도무지 종전 선언에 응해줄 아무런 태도도 보이지 않으니 애처롭다고 말하는 것이다.

정전(停戰) 혹은 휴전(休戰) 상태인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자는 것이 현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종전 선언의 목적일 것이다. 한국 정부는 정전 상태인 한국전쟁을 종전하자고 선언할 경우 남북한 간에는 진짜 평화가 올 수 있으리라 믿는 것 같다. 이들은 한국전쟁이 종전될 경우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이 논리에 의하면 북한은 아직도 한반도가 전쟁 중이기 때문에 핵폭탄을 만드는 것이 된다. 그런데 이 논리를 그대로 믿는 사람도 있을까. 선언 하나로 북한의 핵을 없앨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 30년 이상 북한 핵을 제거해 보겠다고 노력한 사람들은 전부 천치 바보들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제정치의 역사에는 재미있는 통계들이 있는데 지난 3,000년 이상 세상에는 8,000개 이상의 평화협정들이 있었는데 평화협정의 유효기간은 2년 미만이었다고 한다. 영원한 평화를 꿈꾸며 평화협정을 맺은 나라들은 평균적으로 2년 이내에 전쟁을 했다는 말이다. 평화협정의 허무함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애처롭다고 보는 이유는 종전 선언에 관한 한 완전한 갑(甲)의 위치에 있는 나라인 미국이 도무지 흥미를 보이지 않는 사실에서 연유한다. 한국전쟁 관련국 모두가 간절히 원한다 해도 미국이 반대하면 종전 선언은 불가능한 허상이 된다. 반대로 한국전쟁 참전국들이 다 반대해도 미국이 종전 선언에 찬성하게 되면 한국전쟁은 실질적으로 종료되는 것이 현재의 국제정치 구조다. 미국의 전·현직 학자, 군인, 외교관, 정치가들은 미국이 종전 선언에 반대하는 이유를 때로는 점잖게, 때로는 한국 정부를 거의 모욕하는 말투로 매우 분명하게 표현하곤 했다. 이미 수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 선언을 촉구한 데 대해 헤리티지재단의 피터 부르커스 연구원은 “지금은 한국에서 가짜 평화를 만들 때가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평화 선언이나 종전 선언을 할 근거가 없으며 종전 선언을 해도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비판의 이유였다.

백악관의 외교 안보 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반은 ‘순서가 틀렸다’고 점잖게 말했다. 북한이 핵 폐기에 대한 선의를 보여야 종전 선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집요한 종전 선언 추구에 대해 미국의 학자 및 전직 관료들은 참으로 한국 국민들이 듣기 민망한 비난을 망설임 없이 하고 있다. 미첼 라이스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는 정치·군사 문제들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 선언을 한다는 것은 마치 암 환자에게 반창고를 붙이는 것이라고 했다.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왜 이처럼 쑥스러운 말들을 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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