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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지옥' 나오자마자 터졌다…세계가 믿고보는 '한드'

■넷플릭스 공개 하루만에 1위

8일만에 정상 오른 '오겜'은 2위로

영화 '부산행' '반도' 연상호 감독

극도로 어두운 디스토피아 선봬

유아인 등 배우들 연기력도 압권





‘오징어 게임’이 열어젖힌 K드라마의 인기가 또 하나의 한국 대작 시리즈물의 등장과 함께 전 세계를 주목시키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일 일반에 공개된 ‘지옥’이 불과 하루 만에 글로벌 시리즈물 인기 순위 정상에 올랐다. 전례 없는 열풍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1위에 오르기까지 8일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우리만큼 빠른 반응이다. 또한 극도로 어두운 디스토피아 세계관에도 큰 주목을 끌었다는 점에서 K드라마를 향한 전 세계의 높아진 관심을 방증한다.

/플릭스패트롤 홈페이지.


2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전날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의 전 세계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한국뿐 아니라 벨기에·홍콩·멕시코·남아공·사우디 등 24개국에서 정상을 차지했으며 인도·프랑스·브라질 등에서는 2위, 미국·캐나다·터키 등에서 3위를 각각 기록했다. 그간 1위를 지켜왔던 ‘오징어 게임’이 2위로 내려오면서 K콘텐츠가 전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1·2위를 모두 장악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옥’은 지옥행이 고지된 이들이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목숨을 잃고 지옥으로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지옥 사자에 끌려 사라지는 초자연적 현상이 벌어지면서 그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과 사이비 종교 단체인 새진리회, 그들을 추종하는 광신 집단 화살촉 간에 전개되는 갈등이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영화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은 초자연적 재난과 같은 상황에 내몰린 인간 군상을 풀어놓으며 극도의 염세주의적 시선으로 진정한 신과 믿음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연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만든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두 사람이 시리즈 각본도 함께 썼다.

흡입력 강한 전개와 연출이 인상적이지만 전 세계에서 이 정도로 주목을 받는 것은 ‘오징어 게임’의 영향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옥’은 ‘오징어 게임’ 이후 넷플릭스가 선보이는 첫 번째 한국산 대작 시리즈물”이라며 “순위와는 무관하게 상당한 인기를 끌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옥’에 대한 외신들의 논평에서도 두 작품을 비교하는 분석이 눈에 띈다. 미국 매체인 뉴스위크는 “공교롭게도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며 매력을 더할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컸다”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매우 과격하고 폭력적인 이야기로 ‘오징어 게임’이 절제된 표현의 승리로 느껴질 정도”라고 평하기도 했다.





‘지옥’은 미국이나 유럽 콘텐츠들이 자주 다루는 코스믹 호러(인간이 대적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공포를 다루는 장르)지만 접근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해외 작품들이 공포를 일으키는 초자연적 현상의 원인을 찾고 이에 대항하는 모습을 다루는 반면 ‘지옥’은 공포에 질린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무자비하게 해부한다. ‘오징어 게임’이 극 중 등장하는 게임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인간 군상에 포커스를 맞췄던 것과 비슷하지만 그 정도는 훨씬 강력하다.



‘지옥’이 비현실적 소재로 그려낸 한국 사회는 매우 현실적이다. 새진리회가 초자연적 현상에 ‘신의 분노’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두려움에 질린 사람들을 모아 세를 키우면서 돈과 권력을 얻어가는 과정을 개연성 있게 보여준다. 새진리회는 더 정의로워야 한다는 교리를 퍼트리지만 ‘정의’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광신자들은 종교적 확신 속에 노인 등 약자를 서슴없이 학대하고 조리돌리는데, 피해자들의 무력감이 관객들에게 매우 현실적으로 전염된다. 현실이 지옥 같다는 느낌을 준다. 로저에버트닷컴은 “이 작품의 공포는 신의 자비를 얻고자 두려움에 질린 채 타인을 비난하고 증오하며 파괴하는 기회주의자, 종교 지도자, 맹신자이자 일반인들”이라며 “연 감독은 이런 근거 없는 공포와 함께 신의 정의와 권능·자격에 대한 물음을 하나로 묶어냈다”고 분석했다.



배우들도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1부 격인 1~3회에서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를 연기한 유아인은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자의식 가득한 젊은 남성 캐릭터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극을 장악한다. 특히 진경훈(양익준 분) 형사에게 자신이 20년 전 지옥행을 고지받았다는 진실을 털어놓는 장시간의 롱테이크 장면은 압권이다. 후반부를 이끄는 배영재 역할의 박정민, 송소현을 연기한 원진아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자신의 아이가 지옥행 고지를 받는 재난 같은 상황으로 내던져진 소시민 부부를 잘 소화해낸다. 새진리회와 대립하며 성장하는 민혜진을 연기한 김현주도 죄책감·불안·분노 등 다층적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도 펼쳐 보인다.



독특하고 충격적인 소재와 탄탄한 연출로 무장한 ‘지옥’은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토론토국제영화제·BFI런던영화제 등에서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종전의 흑백논리적 디스토피아와는 다른 잿빛 세계관을 펼쳐 보인 연 감독의 윤리적 물음은 강력하고 시의적절하며 생생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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