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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커져가는 대출 총량제 후유증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부동산은 얽히고 설킨 고차방정식

가계대출이 집값 폭등 주범 아냐

한쪽만 틀어막아 해결하려 말고

제대로 된 종합적 처방 제시해야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최근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에 대한 원성이 높다. 금리가 급등했을 뿐만 아니라 소위 금리 역전도 벌어지면서 비난의 강도가 거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게 책정되고 은행권과 제2금융권 간, 그리고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간 금리 상승 폭이 뒤바뀌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지난주 금융 당국이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의 조달금리가 상승했고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책정이 차주에게 불리하게 변경됐다는 것이다.

금리 역전에 대해서도 사안별로 해명했다.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높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고 동일 신용 등급의 차주라면 주담대 금리가 더 낮다고 한다. 또 은행권과 제2금융권 간 금리 역전은 상호금융권에서 적극적으로 영업한 결과이며 고신용자의 금리 상승 폭이 저신용자보다 높은 것은 인터넷은행에 국한된 사안이라고 한다.

금융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당국의 해명은 나름대로 타당해 보인다. 물론 해명이 너무 구구절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성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치 못할 속내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는 상승 기조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율 6%’라는 정부의 목표치가 더해져 대출 총량도 규제한다는 점이다. 은행들로서는 정부 정책에 따르자니 선착순으로 대출을 배분하거나 시장 원리에 따라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가산금리 차감 항목이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정부 정책에 순응하면서 '꿩 먹고 알 먹는' 형국이 됐다.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만큼 빠르게 오르지 않는다는 비난도 있다. 일견 맞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올랐다지만 이는 신규 대출의 금리일 뿐 기존 대출의 금리가 상승한 것은 아니어서 총대출 잔액의 금리 인상 효과는 미미하다. 이 때문에 예금금리 인상이 뒤처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면 상호금융권이 은행보다 영업에 적극적이라는 변명은 왠지 어색하다. 그럼 은행은 소극적이라는 말인가. 실제로 상호금융권은 구조적으로 은행에 비해 예대율이 낮다. 또 연초에 수신 경쟁력을 높이려고 은행보다 선제적으로 예금금리를 올렸다. 이 결과 대출 재원이 풍부해진 상태에서 은행권 총량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로 대출금리 역전이 초래된 것이다. 하지만 타이밍의 문제일 뿐 상호금융권도 곧 은행을 따라 금리를 인상하게 될 것이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대출 총량 축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인위적인 총량 규제가 더해진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그리고 무리한 대출 조이기의 시발점이 부동산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알 만한 사실이다. 당국도 변명이 있다. 가계부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이슈가 되는 이유에는 자영업자 대출 부실의 우려가 있겠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도 한 축이다. 그리고 가계대출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범이 아니다. 부동산 문제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한방에 해결이 불가능하다. 1인 가구 증가, 공급 부족, 교통과 교육 등 인프라와 주거 환경, 세제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이런 고차방정식에 대출 총량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원성이 나오는 것이다.

경제학에 ‘차선의 정리'라는 이론이 있다. 어느 한 부문에서 균형이 깨진 경우 이를 놓아둔 채 다른 곳을 교정하더라도 사회 전체의 만족도는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정리다. 부동산 문제라는 고차방정식에 대출 규제로 접근하다 보니 야기된 에피소드다. 더 이상 빙빙 돌아가서는 안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제대로 된 종합적 처방을 제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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